- 쓰시마 유코 소설집
쓰시마 유코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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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보다 서사가 우선이다. 구비문학이 사소설보다 우선이다. 그랬을 것이다.

아이누의 자장가가 화자의 서사와 섞이는 장면은 분명 일본의 단일민족주의에 대한 유효하고 아름다운 반론이다. 목 없는 새가 바다 저편에서 건너오는 장면, 달에 갇힌 아이를 생각하는 장면은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기억에 남을 대목이다.

여러 서사가 '나'를 관통하고 결국 여러 '나'가 나를 관통하면서 소설은 일본의 단일한 자의식의 중핵에 있을 '나'가 사실은 다중적인 것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이런 무수한 사인칭의 '나'들은 무사히 '나' 안으로 안착한다. 자꾸 그런 느낌이 든다. 저자의 소설 작법이 너무 안정되어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사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한 사소설이다. 결국 사소설이다.

요컨대, 저자는 대단히 일본적이지 않은 것들을 대단히 일본적인 방식으로 길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서사가 화자에게, 구비문학이 사소설에 흡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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