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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민승남 옮김 / 창비 / 2008년 12월
평점 :
전략하고, <멀베이니 가족>이 매력적인 것은, 모든 훌륭한 소설이 그렇듯, 중층적이고 양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멀베이니 가족이었다"라는, 긍지와 상실감이 섞인 과거형의 첫 문장부터 그렇습니다. <멀베이니 가족>을 한 가족이 끝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내는 이야기로 읽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다른 중요한 점들이 간과되고 맙니다. <멀베이니 가족>은 거꾸로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편드는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멀베이니 가족이 십수 년의 고난 끝에 돌아간 자리를 보면 그렇습니다. 멀베이니 가족은 폭력적 가부장인 마이클 멀베이니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어머니가 주재한 행복한 가족 상봉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사실 멀베이니 가족이 아니라 하우스먼 가족, 멀베이니 가족, 웨스트 가족, 밀즈 가족 등으로 이루어진 확대 유사 가족이고, 그 중심에는 가부장 남성이 빠진, 어머니 코린 멀베이니와 그녀의 여자친구 쎄이블 밀즈 커플(가족)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머니'라는 자리 때문에 그 확대 유사 가족을 멀베이니 가족으로 오인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 <멀베이니 가족>은 무언가를 '멀베이니 가족'으로 오인하려는 우리의, 또는 그들의 욕망을 되비추어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