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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키외, 무법자가 되다 ㅣ 탐 철학 소설 23
박민미 지음 / 탐 / 2015년 11월
평점 :
탐 철학 시리즈 중에서 최신간인 23권. "몽테스키외, 무법자가 되다"를 읽어보았다.
몽테스키외라는 이름을 고등학교 때 들었는지 아니면 교양 삼아 '헌법'을 공부할 때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몽테스키외라고 하면 삼권분립을 제창한 프랑스 계몽철학자이자 정치 철학자라는 정도의 막연한 지식은 남아있어서 이 책을 읽을 때 스키마로 사용할 수 있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법'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를 꿈꾸었다. 법은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하며, 사람들은 합의에 의해 법을 정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법이 사회적 합의(계약)임을 이야기한 철학자는 여럿이 있다. 대표적으로 홉스를 들 수 있는데, 그는 그의 책 <리바이어던>에서 무질서와 혼란에서 자신과 공동체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정부와 통치 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았다. 홉스는 정부와 법이 없으면 구성원들이 무한 투쟁의 상태에 노출되므로, 어떠한 형태의 정부도 무정부상태보다 낫다고 보았다. 하지만 몽테스키외는 달랐다.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평화를 누렸지만, 공동체를 구성하게 되면서 서로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부와 법을 만들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무질서를 염려하며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홉스보다 법을 고치고 정권을 교체하는 일에 허용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전공자가 아닌 데다, 원서 또한 워~~~낙 예전에 읽어보고 말았던 것이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몽테스키외의 철학을 SF(공상과학)라는 장르에 덧씌워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세계 대전으로 피폐해진 인류를 재건하고, 사람들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었지만 정보를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법으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고 하는 거대 기업 '모나크'가 등장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브레인 칩'이라는 것을 이식하고, 그 안에 프로그램을 배포하여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한다. 세계의 50%정도의 인류가 브레인 칩을 시술받고 자신의 재력에 따라 정보를 차등 구입하여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재생산하고 있을 무렵, 모나크는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아직 브레인 칩을 이식받지 않은 빈국의 국민들에게 칩을 무료로 이식해줌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칩을 이식받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칩에 조작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배포하려고 한다.
모나크는 '전제정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법을 파괴해야 했다. 그런 모나크가 <법의 정신>을 배포하려고 하는 까닭은 법을 파괴하는 데 법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고, 후자의 법은 모나크의 '명령'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공포를 통해 집단을 이끌어나가는 전제정치 체제를 구현하기 위해 법의 형태를 빌려 진정한 법치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나크의 움직임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다. (이 그룹의 이름은 디마크러시이다.) 그들은 브레인 칩을 이용해 정보를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법치를 종식시키고 전제정치 체제를 구현하고자 하는 모나크를 분멸하고자 목숨을 건다. p2p와 sns를 이용하여 브레인 칩을 이식받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정보 통제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자유로운 사유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표면적으로 모나크의 세계 지배 야욕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아베 노부유키의 말처럼 모나크의 회장도 찜찜한 말을 남기고 퇴장한다.
"우리의 계획은 잠시 연기된 것일 뿐이다."
"자네들의 혁명이 성공하면 세상이 당분간 시끄러워질테고, 그 혼란이 오히려 브레인 칩이 지배하는 세상을 더 확고하게 해줄 것이다.."
민주정치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어 사회가 혼란한 것처럼 보일 때 다시 더 강해진 모습으로 되돌아오겠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겨준다.
주인공도 이야기한다.
| | | | | | 우리는 몽테스키외 정신을 이어받아 돈이나 기술이나 힘이 어느 한 사람, 혹은 어느 한 집단에 집중되지 않도록 권력을 늘 분산시키고 견제함으로써 다시는 독재의 시도가 역사 속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올바른 정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깨어 있었으면 합니다.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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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임에도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리뷰가 길었다.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우선 글밥이 많다. 그리고 다루는 개념도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버거워보이기도 하지만, 성숙한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와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 상당히 좋은 책인 것 같다. 물론 어른의 눈으로 읽기에도 참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나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또는 교사의 '세상 보는 눈'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