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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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끝이예요이제 같이 이 문으로 나가요.

 <환락송 4 : 오로라블러드 메리> p.495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연애도 해본 사람이 하는걸까가만보면 연애에도 빈익빈 부익부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입맛대로 남자를 갈아치우는 취샤오샤오여러 남자가 목을 매는 판성메이약간 멍충멍충(?)해도 연애세포는 살아있는 추잉잉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이 차가운데 매력남들이 죽고 못사는 앤디까지도 연애를 하는데 우리 관쥐얼은 짝사랑만 할 뿐 환락송 3편까지도 영 연애소식이 없었다.

 

 

관쥐얼을 제외한 모두가 사랑의 기쁨에 빠져 허우적댈 때에도이별의 아픔에 괴로워할 때에도 옆에서 그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역할만 했지 사랑의 주연이 된 적이 없던 그녀순둥이 관쥐얼이 드디어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그것도 굉장히 로맨틱하게 말이다! (드라마 <환락송>에서는 무려 "등륜"이 그녀의 남자친구로 등장했었다!) 새벽4관쥐얼은 씨에빈의 손을 잡고 건물의 18층 테라스로 나간다. "여기가 끝이예요이제 같이 이 문으로 나가요."라는 씨에빈마치 관쥐얼에게 "당신의 솔로 생활은 여기가 끝이예요."라고 선포하는 듯 하다!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는 판성메이의 가족들을 보니 속이 상하고꽃길을 걷는 듯 보였던 앤디와 바오이판이 가시밭길을 걷는 걸 보니 또 마음이 아프다드라마속에서는 해피엔딩을 맞았던 추잉잉과 그녀의 남친 잉친이 환락송 4편에서는 재결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이제 결말까지 딱 한권이 남은 시점환락송 22층 자매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환락송 아파트 22층에 사는 5명의 여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십대때의 분투하던 내가 생각난다.연애에 울고 웃었던 나회사에 막 입사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나그리고 상처를 받기도 상처를 주기도 하던 지난 시절의 나아마도 우리가 <환락송>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지금 아무리 우리의 삶이 외롭고 힘들어도 그게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것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곧 나올 것이고어두컴컴한 터널은 곧 끝이 온다는 자명하고도 단순한 인생을 <환락송>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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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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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화려한 대도시인 하이시, 환락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 22층에 사는 다섯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 커리어를 잘 버무려 놓은 이야기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그 누구라도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맛깔스럽게 맛있는 소설, 바로 <환락송>이다. 5편으루 이루어진 시리즈물로 이번에 제3편인 <환락송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을 만나보았다.

 

 

소울메이트인 줄로만 알았던 특이점과 헤어지고 대대대대! 매력남 바오이판을 만난 앤디(꺄아아아!), ㅅ 순정남 왕바이촨과 결혼에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뉴페이스 매력남이 자꾸만 다가오는 판성메이, 의사 철벽남 짜오치핑과 드디어 갈라서고 새로운 류신화와 이뤄지는 건가 싶어 기대되는 취샤오샤오, 사랑에 울고 이번에 또 울어 마음이 아픈 추잉잉,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다 드디어 꽃길을 걷나 싶은 관쥐얼까지 <환락송>의 다섯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는 3편에 들어서 더욱 다채롭고 맛있어졌다!

 

 

중국드라마 <환락송 2>를 본 사람이라면 앤디의 새로운 사랑 바오이판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것이다.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 울퉁불퉁 성난 근육질의 몸매에 엄청난 재력에 달콤한 말도 얼마나 잘하는지! 드라마의 바오이판과 소설 환락송의 바오이판은 완벽히 일치된 동일인물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바오이판이 등장하기만 하면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차갑고 완벽주의자 앤디를 휘어잡아 스킨쉽을 하는 장면에서는 승천한 광대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그에 반면, 찌질남 백팀장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직장에서 영업퀸으로 승승장구하던 추잉잉에게도 새로운 남자친구 잉친이 나타났다.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자명한 연애의 진리(?)대로 찌질남 백팀장이 가고 하이시에 집도 차도 가진 엄친아 잉친과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 추잉잉, 과연 추잉잉의 앞날은 계속해서 장미빛일 것인가! 앞으로 완결까지 2권의 책이 남은 <환락송>, 소원이 있다면 제발 판성메이가 꽃길을 걸었으면 하는 것이다. 3권까지, 판성메이의 가시밭길은 끝날 줄을 모르는구나 싶어 가슴이 아팠다.

 

 

앤디, 판성메이, 취샤오샤오, 추잉잉, 관쥐얼 다섯가지 맛의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상하이의 와이탄 야경에 취해있던 20대의 내 모습이 기억나 반갑다. 화려하게 빛나던 고층빌딩의 조명들사이에서 함께 빛나는 것만 같았지만 언젠간 이 시절도 끝이 있겠지라며 조금은 서글펐던 감정이 들었던 것도 생각난다. 누구나 핵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담긴 <환락송> 과거의 사진과 일기장을 꺼내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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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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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과 끝은 수많은 서사의 주인공이 된다. 여러가지 형태로 시작된 사랑은 또 여러가지 형태로 최후를 맞는다. <결혼의 연대기>는 제목 그대로 한 사랑위에 쌓아올린 가족이라는 실체가 어떻게 산산조각이 나는지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한 때 치명적이도록 강렬하게 타올랐지만 결국 흔적도 없이 바스라져 버린 쓸쓸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존은 어린 딸의 진료를 보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20대의 매력적인 의사 키미를 만난다. 존은 유부남이었고 키미는 동거중인 남자친구가 있었다. 첫 눈에 호감을 느꼈고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존에게 언젠가 똑같이 버림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악에 바친 전와이프의 악담에도 가정을 버렸다. 존과 키미는 집과 자동차, 침대 같은그들의 사랑과 결혼을 증명해줄 실체를 하나 둘 쌓아올렸다. 우편함과 집 입구에는 나란히 부부의 이름을 적어 그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가족이라는, 견실해보이는 팀을 이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결혼 생활이라고 자부하던 존과 키미는 이상한 성적 판타지에 사로잡혀있었다. 키미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가지는 일이 대단히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상상을 하는 것을 즐기기까지 여겼지만 키미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기만 한다면 그 무엇도 용서할 수 있으리라고 그전에 그녀가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군나르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갑맨이 출현했고 이 부부가 놀이처럼 여기던 자유분방한 성적 환상은 실제가 되어버렸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절망과 공허함으로 가득차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예전에 티미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다.

 <결혼의 연대기> p.269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계약결혼을 맺었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허락하는 것. 둘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50년동안 그 결혼을 지켜냈다. 존은 지금 생각해도 파격적인, 이 계약결혼을 유지하는 관능적이고 탐욕적인 자유분방함을 흉내내보고 싶었던 걸까? 사르트르는 자신의 부인인 보부아르가 넬슨 앨그렌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존은 어쩌면 사르트르처럼 키미에게 다른 연인이 생겨도 그 사랑을 지지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하지만 그는 키미의 사랑을 지지하기는 커녕 자신의 멘탈도 지지할 수 없는 유악한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만약 어느 날 우리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결혼의 연대기> p.247

 

이 소설의 도입부, 존은 키미에게 묻는다.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이에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라고 대답하는 키미. 사랑의 욕망에 눈이 가려져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스스로 망가뜨린 장본인도 잘 모르겠는 것이 바로 사랑이겠지. 스산하고 애처로운 이 계절에 더없이 어울리는 소설이다.

 

 

 

*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의연대기 #기에르굴릭센 #쌤앤파커스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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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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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한 시선으로 발 밑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레 내딛는 걸음걸음이 느껴지는 책, <다정한 매일매일>. 단어 하나 하나마저 고심해 고르고도 모자라 다듬고 또 다듬었을 것 같은, 그런 정성담긴 언어들이 담뿍 담긴 책이라 읽는 내내 행복감으로 충만했던 것 같다. 주로 내가 책을 읽는 아주 깊은 밤은 얼마간은 졸음을 쫓느라 괴롭고 또 얼마간은 독서의 즐거움으로 행복한 양가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는 동안은 괴로움과 분투의 의미는 잠깐 내려놓았던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예쁘고 다정한 결을 유지할 수가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 가지 괴로웠던 것은 사고 싶은 책과 먹고 싶은 빵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점이다! 아, 이렇게 다정한 소비요정이라니!  



빵과 책처럼 매일매일 다정해지기를 <다정한 매일매일>


 이 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신문사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들을 더한 것이라고 한다. 빵과 책을 매개로 써낸 글들을 대하니 갓 구워낸 향긋한 빵 한덩이처럼 따스한 다정함이 내 마음에도 스민다.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곁들이면 그 순간 모자란 게 없을 정도로 세상을 대하는 내 마음도 다정해진다. 이 책이 가진 다섯 개의 부 중에서 나는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편의 문장들이 가장 좋았다. 


델리만쥬와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언제고 다시 이 순간으로 P.128 


'시간이 과거를 망각의 어둠 속으로 침몰시키더라도 감각의 형태로 각인된 기억들은 살아남아, 현재의 우리가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였다. 어둠에 매혹된 사람처럼, 망각된 과거를 향해 더듬더듬 나아가는 기 롤랑이 조금씩이라도 존재로서의 두께를 얻게 된다면 그것은 빈곤한 증거들이나 불확실한 타인의 말들 때문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수 냄새가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 소리 같은 것들이 순간적으로 타올랐다 꺼져버리는 조명탄처럼 어둠 속에 파묻힌 기억들을 잠시 비추기 때문이다. <다정한 매일매일> P.129'


 <다정한 매일매일>의 모든 것이 다 좋았지만 특히나 이 대목이 너무 좋았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을만큼(사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책을 읽어보리라 다짐했지만) 너무도 좋았다.  시간은 쏘아버린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좋은 시절일수록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과거가 되어버리고나면 좋은 시절이었는지조차도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어쩌다 풍겨오는 향수 냄새,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 소리 같은 것들로 저장된 기억들은 <다정한 매일매일>의 문장대로 조명탄처럼 내 기억 속 어느 깊고 깊은 서랍 속을 비춰주는 것 같다. 


슈크림빵 -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밤이 깊어도 걸어갈 수 있다면 p.90 


어떤 단어로도 포착할 수 없으나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때로는 우리를 압도하고 송두리째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키기까지 하는데도 타인에게는 결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감정에 대해서. 그런 감정은 밤의 들판에 버려진 아이처럼 인간을 서럽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다정한 매일매일> P.94



좋은 시절은 지나고나니 그 때가 언제였는지조차 잘 기억해낼 수가 없고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항상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잊지 말고 이 책을 꺼내들어야겠다. <다정한 매일매일>과 따뜻한 차 한잔, 좋아하는 빵을 곁들인다면 더 좋겠다. 익숙하고 정겨운 곳을 산책하듯 다정한 문장들을 한 줄 두 줄 읽어 내려가다보면 어느 새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기, 매일매일 조금씩 다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정한매일매일 #백수린 #작가정신 #에세이 #백수린산문 #산문집 #작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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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식욕 먼슬리에세이 5
손기은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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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렁큰에디터. 랩퍼나 유투버의 이름이 아니라 요즘 핫한 출판사의 이름이다. 드렁큰에디터라니, 웬지 일하는 중에도 머그컵안에 소주를 타서 마실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름만으로도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곳인데 여기서 펴내는 에세이들은 더 주옥같다. <돈 지랄의 기쁨과 슬픔>,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등 제목을 보고도 읽지 아니하면 유죄다(?) 싶은, ' 이건 무조건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마구 솟구친다.


이번에 내가 읽어본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라는 에세이는 가장 건설적이기도, 가장 소비적이기도 한 '먹는 행위'에 대한 에세이이다. 먹고 마시고 놀러다니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저자가 얼마나 야무지게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수 기행', '전국 한우 기행'이라는 테마로 4박 5일동안 국수만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등급 좋은 꽃등심만 주구장창 먹는 취재를 떠나기도 하며, '발'이라는 주제로 족발, 우족, 닭발을 한데 모아 소개하기도 한다. '거기서 거기'인 먹방 컨텐츠가 판을 치는 요즘, 분명 신선하고 획기적인 방식의 음식 콘텐츠를 발굴해온 저자는 먹는 것에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다. 이 책은 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젠체하지 않는다. 일부러 본인의 기사를 찾아본다는 독자들의 엽서나 리뷰를 접하면 마음속으로 격렬한 탈춤을 췄다고, 소감 한마디가 전부다.

우리 주변에 같은 말을 해도 찰지게 재미있게 하는 '언니'는 한 명씩은 꼭 있다. 술도 잘 먹기도 사주기도 하고, 새벽3시까지 달린 다음 날에도 정시에 출근해 "어~ 왔어?"라며 술냄새 팍팍 풍기며 인사해주는 언니, 어느 자리를 가나 빠지지 않는 민트같은 쿨향 풀풀나는 언니, 딱 그 언니같은 책이다.

사실, 드렁큰에디터에서 나온 책들이 재미있다는 평을 익히 들어왔는지라 청개구리같은 심보를 가진 나는 '진짜 웃기나 안 웃기나 내가 한번 보겠다!'는 심정으로 펼쳤는데 프롤로그부터 빵빵 터졌다. '고등학교 이후로 멈췄던 던질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팬덤용어 중 하나인데 "내 새끼(최애 아이돌을 의미함) 이목구비가 내 미래보다 선명하다."P.7) 라는 대목에서 어느 누가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맛있는 걸 먹으면 열심히 살고 싶어지니까.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p.6


먹고 마시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면서 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힘내라는 말 한 마디보다 말없이 소주를 따라주는 손길, '무슨 일 있냐'는 말보다 '밥은 먹었니?'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은 걸 보면 말이다. 이 책은 잘 먹고 마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이 묻는다, "당신은 요즘 잘 먹고 마시고 있습니까?"

육아로 혼밥할 때가 많은 요즘, 푸짐하고 정성스러운 식사를 차려먹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건 재료부터 조리과정까지 깐깐하게 따지면서 정작 나는 아이들이 남긴 국에 식은 밥을 말아 먹거나 라면을 대충 끓여먹기만 했었는데, 이건 이 '언니'가 말하는 일류가 아니다. 더 잘 먹는 것은 더 잘 사는 것이다, 더 맛있는 걸 먹는 것은 더 행복한 것이다! 정성껏 한 끼를 차려내 외치자! 이 책을 읽은 오늘부터 우리는 일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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