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파닉스 영단어 - 초등 교과서 필수 영단어 + 파닉스 한 권으로 완전정복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 영어
정효준 지음 / Happy House(해피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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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파닉스 교재 1회독을 끝내고 조금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교재를 찾아보던 중 알게 된 <한 권으로 끝내는 파닉스 영단어>을 소개해볼게요. 초등 영어 교과서 속의 필수 영단어로 파닉스를 총정리할 수 있는 초등 영어 교재에요.




파닉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한 권으로 끝내는 파닉스 영단어>는 초등 영어 교과서 5종을 분석해서 만든 교재인데요, 초등 3~6학년의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영단어 840개를 담았다고 해요.



파닉스 음가별로 각각 단어를 분류했는데요, 자음, 단모음, 장모음, 연속자음과 이중자음, 이중모음 등의 필수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요~ 다양한 미션들이 담겨있어서 재미있고 놀이를 하듯 파닉스를 익힐 수 있는 게 <한 권으로 끝내는 파닉스 영단어>의 가장 큰 장점이네요.






각 페이지마다 QR코드가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답니다.




연습문제, 종합문제, 그리고 복습 리뷰활동으로 여러 번 반복하며 파닉스를 익힐 수 있었어요. 앞에서 음가별로 분류된 영단어를 듣고 말하고 쓰면서 익힌 후에 연습 문제를 풀어보면서 1회차 리뷰를 해볼 수 있었어요.




다음은 챌린지와 종합문제를 통해서 문장 배열하기, 문제 풀기를 통해서 학습한 단어들을 복습하고, 여기서 끝이냐? 노노~ 리뷰 섹션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로 단어 실력을 최종 점검할 수 있는데요. 정말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리뷰할 수 있어서 좋았던 교재네요.




이렇게 본 교재 학습이 끝나면 부록으로 제공되는 파닉스 영단어 쓰기 노트로 단어를 바르게 쓰는 연습도 해볼 수 있었어요.




<한 권으로 끝내는 파닉스 영단어>는 파닉스를 다시 한 번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이미 파닉스를 좀 학습해본 아이들이 보면 좋을 교재네요. 만약 고학년 아이라면 파닉스를 학습해본 적이 없어도 이 교재로 시작해도 될 것 같지만 저학년이나 저희 아이처럼 좀 어린 아이들이라면 기본 파닉스 교재로 1회독 한 후에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연습 문제 답안과 파닉스 단어 리스트들이 있어서 책에 실린 단어들을 따로 정리해두었더라고요. 엄마와 함께 체크할 때 사용하면 참 좋을 교재네요. 다락원에서 나오는 교재들은 엄마표 홈스쿨링할 때 활용하기 참 좋은 교재들이에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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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그림 단어장 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김미선 지음 / 다락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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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어 한어수평고사인 HSK 교재를 다시 보며 중국어 공부하는 엄마와 <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그림 단어장>를 보며 기초 중국어 공부를 하는 우리 딸, 모녀가 함께 보며 외국어 공부할 수 있는 중국어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 다락원이네요:) <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그림 단어장>는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을 그림과 함께 배워볼 수 있는 교재인데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랍니다. 우리 딸은 예비 초등이지만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부담없이 볼 수 있었어요. 



<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그림 단어장>의 제1과는 방과 거실에 관한 단어예요. 방과 거실의 그림에 나오는 사물들의 단어들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총 20개의 주제로 분류된 400여 개의 단어를 배워볼 수 있고요, 단어 학습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기본 문장에 학습한 단어를 넣어서 자연스럽게 문장 구사하는 방법도 배워볼 수 있답니다! 엄마가 중국어를 한다면 좀 더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재이지만, 음원 CD가 제공되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먼저 그림을 보면서 20개의 해당 주제와 관련한 단어들을 읽어보면서 워밍업을 하고 나면 다음은 '한눈에 쏙쏙쏙'이라는 퀴즈가 이어져요.



 


 


각 주제마다 여러가지 미션이 주어지는데요, 스티커 붙이기, 그림 그리기, 한어병음 쓰기, 한자 따라쓰기 등의 다양한 미션으로 앞에서 알아본 단어들을 복습해봅니다. 단어 스티커 붙이기를 마치고 나서는 중국어 한자와 한글을 줄로 이어 연결하는 미션도 있답니다. 앞에서 배운 단어들을 문장에 넣어서 문장으로 말하는 방법도 배워보았어요.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문장 뼈대가 되는 구조가 주어지고, 거기에 앞에서 배운 단어들을 대입해서 발화하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문장 말하기 과정이 끝나면 선 긋기, 미로 탈출, 사다리 타기 등 사고력을 키워주는 문제들로 다시 한번 배운 단어들을 확인해볼 수 있어요.



<신나는 어린이 중국어 그림 단어장>은 관련 음원 CD가 제공되는데요, 엄마표 홈스쿨링을 할 때 이런 자료들이 참 중요하거든요. 엄마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이런 음원CD 로 아이와 함께 즐겁게 배워볼 수 있겠더라고요. 이 음원 CD는 다락원 홈페이지나 콜롬북스 어플을 통해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저희는 인비오 플레이어가 있어서 따로 다운로드받지 않고 CD를 들어가면서 학습했는데, 엄마가 읽어주는 것보다 원어민 교사가 리듬감있게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 엄마표 중국어하는 법, 어렵지 않아요~ 다락원에서 나오는 어린이 중국어 시리즈 교재들과 스텝 바이 스텝 차근차근 중국어 학습해보아야겠어요! 엄마표 중국어하시려는 분들께 다락원 교재들 진심을 담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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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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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만히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속 사건들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누군가를 칼로 찔러 죽이곤 그 옆에서 태연히 식사를 하고, 어린 아이의 생명을 잔인한 방법으로 천천히 꺼뜨려왔으면서 자신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더 잔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안에 내재해있는 평범한 악의 모습들이 언제든 실체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고 그로써 그런 사건들에 연루될 경우의 수도 커지기 때문이 아닐까. <진상>의 이야기들은 그런 이야기들이다. 언제고 우리가 피해자가 될수도 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가르쳐 주십시오. 왜 제가 인터넷에......"
"그건 모르겠고. 하여간 나와 있다고. 그거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어. 하여간 됐고. 빨리 나가라고. 소문이라도 나서 앞으로 세가 안 나가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거야. 당신 정말이지 병균 같다고. 빨리 짐 챙겨서 나가라고."
<진상> - 타인의 집 p.17

가이바라는 휴일이면 새벽 5시에 일어나 동네 거리를 돌며 버려진 깡통, 담배꽁초 등을 주워 담으며 거리 청소를 할만큼 건실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불우했던 청소년 시절, 그는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전과자가 되어 버린 것. 그래도 출소 후엔 진심으로 죄를 뉘우쳤고 고향을 떠나 낯선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당장 집을 나가 달라고 말한다. 가이바라에게는 새 집을 구할 돈도, 의지할 누군가도 없다. "당신이 한 짓은 영원이 남아. 당신 이름도, 무슨 짓을 했는지도 인터넷에 다 나온다"는 말에 집주인에 저항도, 애원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선다.

그가 가진 과거의 비밀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이었다. 그의 실명을 비롯한 인적 사항과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담긴 신문 기사는 몇 년이 지났음에도 손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이에 좌절한 가이바라, 뜻밖에 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 사토가 그의 딱한 사연을 알고는 양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사토는 가이바라에게 양자가 되어줄 것과 그의 집을 물려받아 '집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머물러달라'는 부탁을 한다. 사토가 가이바라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것은 100% 선의에서였을까? 사토는 과연 이 부탁을 수락하게 될까? 가이바라는 사토의 집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머물러달라던 그 집에서 비슷한 범죄가 되물림되듯 되풀이된다.

10년. 아찔하게 오랜 시간이다. 가슴 끌어 오르는 증오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범인을 계속 미워하며 산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가슴 무너지는 허탈감에 시달렸다.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행위'만을 증오하기란 너무나 힘들었다. 무언가 구체적인 형상이 필요했다. (중략) 하지만 아무리 망상을 부풀려봐도 아들의 생명에 견줄만한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진상> p. 150

시노다는 아버지의 회계 사무소를 물려받았고 아들 요시히코에게 물려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시히코는 살해당했고 범인은 잡지도 못했다. 아들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아들을 죽인 누군가의 '행위'를 증오해야한다는 사실도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뜻밖에 범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시노다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의 기억 속 아들 요시히코는 한없이 곧고 누구보다 다정한 아이였다. 이어 범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딸 미카는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는다. 오빠 요시히코가 싫었다고, 심술궂고 능글맞고 항상 짜증이나 내던 오빠 때문에 괴로웠다고. 뒤이어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으로 시노다는 거대한 슬픔에 휩싸인다. 10년만에 밝혀진 '진상'은 너무나 잔혹했다, 그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평범한 악행이 몰고온 사건이기에.

표제작인 <진상>을 비롯한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기사의 한 토막으로 지나칠 정도의 사건들일지도 모른다. '진상'을 감추고 싶은 자와 그것을 드러내려는 자, 정반대의 욕망이 꿈틀대는 용광로와 같은 현실은 그런 욕망들이 부딪혀 빚어낸 또 다른 사건으로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버린다. 언제고 실체화될 수 있는 우리 안에 숨어있는 평범한 '악', 너무도 평범하고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더욱 잔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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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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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다음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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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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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년, 조반니 보카치오는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흑사병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피렌체 외곽의 한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를 담은 액자 소설 형식의 데카메론을 썼다. 2020년 3월, <뉴욕 타임즈> 편집자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의 팬데믹이 지구를 휩쓰는 동안 집필된 단편소설들을 한 곳에 모으겠다는 목적으로 앤솔로지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 <데카메론 프로젝트> 책 소개 중에서



확진자의 증가세는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안전 안내 문자는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엇을 하든 고민을 하고 결단을 내리듯 행한다. 먹을 것이 떨어져 마트에 가야 하거나, 아이들이 아파 병원 진료를 봐야 할 때에도 사람이 없을만한 시간을 예상해보고 계산한다. 이 시국에, 차로 24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모 호텔에서는 방역 수칙을 위반한 노마스크 풀 파티가 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9시 뉴스와 인터넷상으로 접한 그 파티의 사진에 마스크 없이 웃고 있는 그들을 상상한다. 머리가 멍해지다 일순간 그들의 얼굴에서 찢어진 입꼬리와 파르스름한 빛이 나는 소름 끼치는 눈동자가 보인다,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에 선 우리,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들은 초현실적으로 차이가 난다. 낮 기온 30도가 넘는 이 무더위의 날씨에 전염병을 막아내기 위해 최전방에서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애쓰는 의료진들이 있는가 하면 전국으로 유흥 원정을 뛰는 자들이 있다. 물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자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아져 '정의가 실현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이에 대한 고통은 고스란히 의료진들에게도 전가된다. 집에서 운둔 생활을 하다 어쩌다 '재수가 없어' 그런 자들과 동선이 겹친 무고한 시민들에게도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미 봉쇄는 3개월째 접어들었고, 필라는 특유의 장난기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말했다. "화면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떠났지. 나머지 우리는? 우리는 버려졌어."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왜 아닌 척하는 거야?"- <데카메론 프로젝트> - 알아보다 p.27


주인공인 '나'가 살고 있는 포트 워싱턴 애비뉴 180번가의 6층짜리 공동주택은 바이러스로 인해 텅 비어 버렸다. 별장이나 도심 외곽의 부모님 집, 혹은 병원으로 모두 떠나 버렸다. 그곳을 지키는 것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건물 관리인 안드레아와 나, 필라 외 몇 사람뿐이다. 안드레아는 감염 취약 지구들에 위치한 모든 아파트를 점검하라는 시의 요청에 매일 아파트를 돌며 거주민들의 안부를, 어쩌면 생존을 확인한다. 매일 모든 집의 현관문을 두드릴 것이고 대답이 없을 시 방문을 따고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안드레아가 밖에서 문을 노크하면 '나'는 안에서 방문을 노크한다.


41호에 사는 필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직접 대면이 불가능해지기전까지 아파트에서 시간당 35달러에 아이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왔다. 봉쇄 3개월째, 필라는 절망에 빠져 버렸다.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떠났지. 우리는 버려졌어. 왜 아닌 척하는 거야?"라며 일갈한다.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 당신은 아파트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섬처럼 고립된 소파에 누워 몸을 떠는 모습. 불덩이 같은 몸. 눈에서 눈물이 솟구칠 때 마치 익사하는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는 모습. "우리 모두 그랬잖아요?" - <데카메론 프로젝트> 이처럼 푸른 하늘 p.35

오늘은 주인공 '나'의 생일이다. 그녀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시내 중심가 펜트하우스의 스위트룸에서 피부 관리를 받는다. 검은 정장에 머리를 뒤로 넘겨 바짝 틀어올린 페이셜리스트는 기억과 피부는 함께 간다고, 기억이 좋으면 피부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라고 덧붙인다. 그리곤 피부에 해악을 미치는 나쁜 기억 제거하기 위한 시술을 진행한다. 기억이 뿌리째 뽑혀버린 주인공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채 택시를 타고, 공원으로 가 전 남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사랑스러운 컵케이크를 베어문다.


안 됩니다, 여러분은 격리실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밖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니지만 여러분에게 너무 위험할 겁니다. 우리 행성에는 그런 종류의 미생물이 없습니다. - <데카메론 프로젝트> -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p.100


사실은 아직도 믿기 어렵다. 밖에는 위험한 전염병이 돌고 있고, 백신은 턱이 없이 부족하다. 편도선이 잘 붓는 첫째 딸아이는 편도 염증으로 열이 나면 소아과가 아닌 응급실의 밀폐된 공간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아야 한다. 가끔 아파트 주차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구급차가 정차하고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내려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던 모습을 창 밖으로 본 적도 있다. 허구가 아닌 진짜 100% 현실 그 자체인 팬데믹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에 실린 29편의 이야기들은 전염병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그 무엇도 팬데믹 시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하지만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고, 불가해한 일 투성이인 이 파국적 팬데믹 시대에 만연한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를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은 상상력이 가능한 이야기뿐이다. 700년 전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의 <데카메론>이 그랬듯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면서도 버텨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준다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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