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예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녔던 천재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광인이 될 것이 두려워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직조해낸 문장들은 너무나도 유려하고 아름답다. 그의 문장과 작품만큼 그의 생이 아름답게 끝을 맺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지만 그래서인지 많지 않은 그의 작품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문학을 예술 그자체로 보고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시적 정신이 중요하다고 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철학이 담긴 길고 짧은 수필이 실린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당대 그와 함께 했던 문인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본의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와의 문예론 논쟁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예술의 가치는 예술 그 자체에 있으며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시적 정신이 중요함을 강조한 반면, 그와 논쟁을 벌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소설의 재미는 구조적 아름다음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야기가 없는 소설'과 '시적정신'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논쟁 역시 아쿠타가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고 한다.



평생을 예술가로서 '시적 정신'에 천착했던 그가 스스로를 가리켜 잡박한 작가라 비평하기도 하고 자신의 스승인 나쓰메 소세키를 재기발랄한 노인이라 칭하는 등 그의 소탈한 모습이 담긴 수필이 많아 좋았다. 또 입센,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모파상 등 그가 사랑했던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는 글도 많아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던 작가였는지도 알 수 있었다. 광인이었던 친모 때문에 어렸을 때 외삼촌집에 양자로 보내졌고 다행히 그곳에서는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사상이 문예 작품에 깃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적 정신이라는 신성한 불을 통과해야한다고 주장했던 그, 그는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지만 그럼에도 평생 천착했던 시적 정신은 여전히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문예적인너무나문예적인 #아쿠타가와류노스케 #한빛비즈 #문예론 #시적정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도덕은 인간 내면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관이고 윤리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게 해주는 규범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닌, 문화에 따라 모습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도덕성은 어디서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의 저자인 이든 콜린즈워스는 도덕의 지형을 지도로 그려보기 위해 많은 20명의 인물을 인터뷰했고 그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두 사람을 죽인 살인범, 기혼자들에게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로 돈을 번 CEO, 자신이 몸 담아온 회사의 비리를 폭로해 불이익을 받은 CEO까지 이들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이 시대의 윤리와 도덕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를 조명한다.



환경이 바뀌더라도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다시 살인을 하더라도 그리 충격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배우며 자랐기에 나는 그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에도 여러 가지 진실이 있다. 나는 제임스의 진실 가운데 하나, 즉 그가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가 도덕적 인간이 되었다는 또 하나의 진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 p.45


제임스는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경제적 궁핍과 실업, 알코올중독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라났다. 11살에 절도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소년원에 들어갔으며 출소 후에도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르며 버려진 건물을 전전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침입해 들어간 아파트에서 한 사람을 목 졸라 죽였고 3개월 후 길에서 사람을 때려 죽였다. 몇 년 뒤 그는 자수를 했고 23년을 복역했고 지금도 범죄자 신분이다. 그는 폭력을 휘두르며 살아갈 때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도덕에 관해 배우고 나서야 과거에 저지른 짓을 이해하게 됐다고. 그의 열악한 환경이 그가 저지른 살인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또한 그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을 완벽히 배제할 수도 없다. 환경이 바뀌더라도 성격은 바뀌지는 않지만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덕적 패러다임이 다양하다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애슐리매디슨에 기대는 것은 대부분 이혼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외도를 함으로써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예의 바른 나쁜 인간> p.149


내가 겪어본 바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도를 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도덕체계는 불륜을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그런 금기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의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에서는 남성의 21퍼센트, 여성의 10~15퍼센트가 외도를 했고 그러면서도 미국인의 91퍼센트가 불륜이 비도덕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심각한 모순인가! 이 모순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업체가 있다. 애슐리매디슨, 외도를 꿈꾸는 전 세계의 기혼자들에게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를 광고 문구로 내세워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긴 하다. 호기심에, 혹은 진짜 불륜을 저질러보고 싶어 가입한 대부분의 한국 고객들은 탈퇴시 개인정보 삭제를 위해 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러글래 왜 그런 서비스업체에 가입을 한단 말인가! 아무튼 이든 콜린즈워스는 굉장히 흥미로운 서비스업체인 애슐리매디슨의 CEO를 만나 도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애슐리매디슨의 CEO인 비더만은 "일대일로 친근감을 키움으로써 안전한 불륜을 추가할 수 있다"든가 "외도를 함으로써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한다"는 궤변을 늘어 놓는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예의 바른 나쁜 인간>, 책을 펼치면 더욱 재미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재창조된 도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표현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과연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고정적인 것인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술의 시대 -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
브래드 스미스.캐럴 앤 브라운 지음, 이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기술의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현재 많은 오픈마켓이나 심지어 은행들도 온라인 채팅으로 상담이 가능한 AI 상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완전하다. 만약 이런 AI 기술이 더 발전해져 인간과 대화하는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려진다면 그것은 바로 많은 상담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1922년 12월 20일 뉴욕의 소방서 소속의 말들이 내연기관으로 가동되는 기계들로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었던 것처럼, 언젠가 인간들도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기술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만약 그 기술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면? <기술의 시대>는 우리의 능력 한계치를 뛰어넘어버린 기술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다른 수많은 도구들의 경우처럼 안면인식이라는 도구가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어느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평화로운 집회에 참석한 모든 개인을 식별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후속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심지어 민주사회에서조차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안면인식 기술도 늘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해 용의자를 식별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의 시대> p.340


사람의 얼굴은 지문만큼이나 고유하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잠금을 해제할 때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안면인식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염색체결실증후군 등의 질병을 진단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식별할 수도 있다. 이렇듯 안면인식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인권을 짓밟는 데 남용되거나 오용될 수도 있다. 홍콩의 집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가면을 쓰는 이유도 바로 안면인식 기술로 집회에 참석한 모든 개인을 식별해서 탄압하려는 중국 정부에 맞서기 위함이다. 미국의 남쪽 국경에 위치한 이민관세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계약을 맺고 그들의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다. 이에 회사 내부 직원들의 반대 서명 운동에 의해 중단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첨단 기술들이 남용되거나 오용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기술 집약, 기술이 우리 주변 세상에 스며드는 현상을 나타낸 말이라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 되어 버렸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포함한 인간을 향한 무기이기도 하다. 1932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기계의 시대가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겠지만 인류의 조직력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우리는 기술에 대한 제대로된 원칙을 가져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과 타협을 통해 기술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아 그것을 규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에 위협당하지 않고, 그것을 적절히 규제해 이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기술의 시대>로 알아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지음, 박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머리말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는 못한다. 생의 유한함을 진정으로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내일로 미룬채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그날그날을 보낸다. 암과 마음에 관한 '정신종양학'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2003년부터 4,000명이 넘는 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진료했다.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죽음이 목전에 닥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런 고통 속에 처한 환자 본인과 환자의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그들에게 진정어린 태도로 다가가 경청했고 도움이 되고자 했다. 그 결과 그는 환자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자신의 인생도 달라졌다고 한다.



암 진단 후 1년 이내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24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암은 환자에게 죽음을 의식하게 만들고, 치료과정에서 고통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일어서는 힘이 있어 병을 마주한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세계관을 발견하게 되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말하는데 충분한 애도 작업을 통해 과거의 인생과 서서리 작별을 고하고 상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너무 오래 must에 얽매여 살았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want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도 좀처럼 들리지가 않았다. want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 나는 여전히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암 투병을 하며 나보다 더 생생하게 인생의 남은 시간을 마주했던 사람들은 답을 갖고 있었다. 바로 그 답이 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p.149


만약 내가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았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남은 나 자신과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싱그럽고 나에게 비치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행복을 유보한 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것을 일깨워준 이 책이 너무나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술의 시대 -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
브래드 스미스.캐럴 앤 브라운 지음, 이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혁신적 기술에 압도당하지 않는 통찰력을 배우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