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아이들 - 인기 웹드라마 〈은비적각락〉 원작소설
쯔진천 지음, 서성애 옮김 / 리플레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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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중국 드라마 덕후 카페에서 묻고 따지지도 말고 봐야만 하는 중국 드라마로 <은비적 각락>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은비적 각락>을 보기 위해 넥플릭스, 웨이브, 티빙에 이어 왓챠플레이에 가입했고 가입한 그날 밤을 새서 전 회차를 모두 보고야 말았다. 어두침침한 분위기,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웰메이드 중드였다! "미국, 영국 드라마와 견줄 드라마가 나왔다"라고 찬탄했다는 장쯔이의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그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바로 <나쁜 아이들>인데, 원작소설과 웹드라마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었느냐를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둘 다 모두 재미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장둥셩으로부터 시작된다. 장인과 장모를 산으로 데려가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버리고 그 살인 사건 현장을 전혀 착하지 않은 '나쁜 아이들'이 목격하면서부터. 기간제 수학 교사인 장둥셩은 불륜을 저지르고도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쉬징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먼저 장인과 장모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고아원에서 원장에게 성폭력을 당한 푸푸와 그녀를 감싸주려다 폭행당한 딩하오는 고아원을 탈출해 친구 주차오양을 찾아가고 셋은 기분 전환 겸 싼밍산에 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그때 그들의 카메라에 우연히 장둥셩의 살인 장면이 담긴다. 이 세명의 '나쁜' 아이들은 장둥셩에게 목격 사실을 함구하고, 영상을 넘기는 조건으로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한다.



살인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차오양의 아버지는 바람이 나 불륜녀와 살림을 차렸고 이후 태어난 딸인 주징징만을 금지옥엽처럼 예뻐했다. 주차오양과 그의 엄마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도 안중에 없었다. 주징징은 주차오양을 보기만 하면 무시했고, 속상한 마음에 푸푸와 딩하오에게 이를 하소연했다. 어느날, 푸푸는 혼을 내주겠다며 주징징을 화장실로 불러들여 훈계해주려던 중에 격분한 주차오양이 주징징을 창 밖으로 밀어뜨려버리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 주징징.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중국 추리소설계의 신적 존재로 불리는 쯔진천, '쯔진천'이 다시 한번 '쯔진천'했다! 나쁜 아이들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고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행사하는 원장,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도 모자라 주차오양에 대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는 주융핑,그깟 재산 몇 푼에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하는 찌질남 장동셩처럼 나쁜 어른들 속에서 나쁜 아이들은 자라났다. 그렇게 자라난 나쁜 아이들은 순수한 얼굴로 어른들을 속였고 죗값을 치르지도 않은채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려고 시도한다.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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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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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랑이 가장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일명 꼬꼬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다. 마음이 약한 남편은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눈물바람이면서도 청소기를 돌릴 때 아이들 먹을 것을 챙겨줄 때도 눈을 떼질 못한다. "어쩌면 저러냐, 어쩌면 사람이 저러냐고."라며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수십 년이 지난 옛날 이야기에 남편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울고 웃게 되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철 지난 '그날'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 돌아보아도 유효한 메시지들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한 불안과 공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날 철거반원들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였어. 그중에는 구청 공무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청에서 고용한 박봉의 일용직이야. 구청에서 그 사람들에게 맡긴 업무가 '철거'였던 것뿐이지, 조직적으로 동원된 철거 깡패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만일 상부에서 시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지. 일용직이니까 갑자기 다음 날부터는 출근하지 말라고 해벌리 수도 있잖아. 그날 철거반원들도 생계를 위해서 무등산을 오른 거야. 결국 어떤 대책도 없이 무조건, 불까지 질러서라도 깨끗이 치우라고 한 건 국가인데 생존의 최전선에서 힘없는 소시민들끼리 부딪혀서 끔찍한 참극이 발생한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p.135


'놀면 뭐 하니?'에 출연한 가수 김정민의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질 않았다. 가수로 뜨겁게 성공하고 부를 거머쥐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린 일이라고 한다. 산 속의 무허가 건물에서 어렵게 살아가던 김정민은 어머니에게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을 가리키며 나중에 꼭 저집을 사드리마고 약속을 했다고. 그 장면이 머리를 떠나질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 모습에서 무등산 타잔 박흥숙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박흥숙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큰 형을 대신해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어 사법고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집을 구하지 못해 산 속에 움막을 파고 대충 지붕만 덮어 살아갔는데 1972년 5월 무등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전국체전 개최 예정지가 되고 나서부터 그곳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을 질러서라도 깨끗이 치우라는 국가와 그곳이 아니면 살 곳이 없는 시민들, 그 과정에서 격분한 박흥순은 망치로 4명을 죽여버렸고 주경야독하며 사법고시 합격을 꿈꾸던 청년은 희대의 살인마로 등극한다. 전 세계에 보란듯이 쌓아 올린 건물들과 7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경제 성장이 가려진 '가장 비인간적인 철거를 자행하는 나라'라는 오명이야말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꼬꼬무를 통해 보는 '그날'이야기는 결국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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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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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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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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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좋아하는 사람인가. 그것을 어떻게, 왜 좋아하는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런 질문에 골몰한 까닭은 아마 취향에 관한 정확한 문답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내밀한 지점을 드러내고 개인과 타자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요소라 믿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진의 말마따나 그것을 빼놓고는 자신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p.132


잊었던 내 세계를 만났다,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 카드캡터 체리, 란마 1/2, 일요일 아침이면 따뜻한 이불 속에서 고개만 쏙 내밀고 눈만 말똥말똥 뜬 채 시청하던 디즈니 만화 영화까지. 다정하고 말랑말랑한 기분에 잠시동안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때 내가 몇 살이었지, 엉망진창인 채 정리되지 않는 서랍장 내용물처럼 정확한 기억은 나진 않지만 내가 참 좋아하던 시절이라는 느낌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는 것을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를 읽으며 깨달았다. 참 신기하다, 내 기억을 나보다 더 잘 기억해내는 책이 있다니.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코인노래방에서>, <추억은 보글보글> 세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여러 추억을 소환해낸다. 만화, 오락, 코인 노래방, 팝송 등 우리를 매혹시켰던 것들을 찾아 과거로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세계를 향해.



아이들이 만화를 보는 데 따로 이유가 어디 있었겠느냐만 그들의 애니메이션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명확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실의 물리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멋진 신세계가 TV 속에서 펼쳐졌고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바로 저런 세상을 꿈꿨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p.12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을 만화로 깨우쳤던 것 같다. 우정, 사랑, 질투, 배신. 그 모든 것을 만화 속 주인공을 통해서 배웠고 그것에 쉽게 매혹되었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의 수진처럼 말이다. 시간이 흐르며 어른이 된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시절을 TV 전원을 끄듯 스스로 정리해버렸고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책을 읽다말고 신랑한테 내밀며 "이거, 기억나지?"라고 물었다. 모든 이에게 묻고 싶었다, "그때 그 시절, 그거 기억나지!?"



세일러 문, 슬램덩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보글보글, 슈퍼 마리오 등 지금은 레트로로 명명되는 트렌드가 소환되는 이유는 아마 그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까. 그 당시엔 나의 세계 그 자체였던 그것들을 잊을 수가 있는지, 잊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살 수가 있는지.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를 읽는 내내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 낸것처럼 잊고 있었던 다락방에 다다른 것처럼 하나둘씩 전부 기억나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사랑했고, 어떤 아이였는지. 부지깽이로 잿더미를 쑤시다 겨우 찾아낸 불씨처럼 미력한 지난날의 추억뿐이지만(p.102), 아니 그것은 추억 뿐인 것이 아니다. 수면 아래에서 나를 떠받치고 있던 그 무엇, 나의 자아, 나의 꿈, 나의 한 시절이었다. 마법같은 그 시절에 울고 웃었던 나,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만나고 돌아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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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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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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