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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평점 :

'소소한 세계사'라는 제목을 보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결코 소소하지 않은 서사로 내 지적 한계를 깨뜨려주는 맑고 투명한 지식의 샘 같은 책을 만났다는 것을.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는 역사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핍박받는 민중들은 고된 삶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전력투구했고 끝내는 원하는 것을 쟁취했거나 좌절당했다. 저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어둡고 깊은 우물 속에서 길어올려 우리에게 건네준다. 이 이야기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말이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핵심 키워드 #법 #전쟁 #정의 #풍자 (p.74~75)
1945년 11월 20일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연합군의 군사법정이 2차대전 전범 24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악의 평범성'으로 널리 알려진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도 포함되어 있다. 뉘른베르크는 나치 도약의 발판이 된 창당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기에, 그것을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선정되었다고 한다. 나치를 정죄하는 목적을 가진 이 재판은, 오늘날 그 과정이 공정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종전 후 승리를 거둔 측이 패배를 한 측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는지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전쟁 범죄와 인간성에 위배되는 범죄를 분류하고 법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 유엔에 의해 선례로 받아들여졌고, 게다가 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정당성을 입증받았다고 할 수 있다.(p.75) 2017년 2월 9일에 쓰여진 이 글을 이렇게 끝을 맺는다. '법리적 판단을 도외시하는 변호인단은 수준 미달이고, 헌법마저 훼손하며 특검을 거부하는 청와대는 정부기관인지 의심스럽다. 제대로 된 그들의 논리가 듣고 싶다. 하지만 있을까?'(p.75)
어떤 과거 청산 - 크반트 가문
핵심 키워드 #염화 #작품 #전쟁 #정의 (p.118~119)
독일의 자동차사 BMW에 투자해 갑부 반열에 오른 크반트 그룹은 나치와 손을 잡고 노동자들을 착취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1차대전 때부터 독일의 군부와 결탁해 부를 쌓았으며 나치 치하에서는 강제수용소 수용자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배터리 제조 회사를 경영했다고 한다. 2007년 독일의 공영방송에서 <크반트카의 침묵>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그들의 민낯을 낱낱이 밝혀냈다. 이에 크반트 가문의 상속인들은 거금을 기부해 자기 가문의 나치 치하 행적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과거 배터리 공장의 인근에 '강제노동자료 센터'를 설립했다. 참 독일의 과거 행적에 대한 처신을 볼 때면 항상 바다 건너에 있는 '그 나라'를 떠올리게 된다. 지독히도 고집스럽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
황색 언론 - 조지프 퓰리처
핵심 키워드 #근대 #왜곡 #유래 (p.80~81)
황색 언론이란 판매 부수를 늘릴 목적으로 미확인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를 가리킨다. 과장이 심하고, 스캔들을 파헤치고,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내거는 언론들, 그들을 가리키는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하지만 굳이 쓰지는 않겠다.) 황색 언론은 그릇된 언론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용어지만 그 역사적 기원은 1895년부터 1898년 사이의 정점에 다다른 <뉴욕 월드>와 <뉴욕 저널>의 경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중 퓰리처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뉴욕 월드>를 존경받는 신문으로 되돌려놓은 뒤 세상을 떠났다. 과연, 우리에게도 '퓰리처'같은 양심이 나타나려나?
르네상스를 이끈 사람 - 알도 마누치오
핵심 키워드 #미술 #작가 #작품 #지도자 #학문 (p.274~275)
르네상스는 찬란한 예술가와 문학가들을 낳은 위대한 시대다. 예술가와 문학가들의 학예와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데 기여한 베네치아 출판계의 제왕 알도 마누치오가 없었다면 르네상스가 펼쳐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 문화에 탐닉했던 알도 마누치오는 그리스 고전을 출판하고 그리스를 연구하는 학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라틴어 필사분을 인쇄하고 이탤릭체라는 서체와 세미콜론과 아포스트로피와 같은 구두점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로써 더 많은 책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했던 알도 마누치오. 에라스무스, 피코 등의 학자와 이사벨라 데스테, 교황 레오 10세와 같은 정치인까지 마누치오에게 출판을 부탁했다고 하니, 르네상스를 이끈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에서 캐낸 사실에 더해 지식인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현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끝을 맺는 글들이 실린 이 책에는 모두 330여 개의 이야기가 날짜순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을 총 40개의 키워드로 다시 분류해내 관심있는 주제의 글들을 골라 읽을 수도 있다. 결코 소소하지 않은 소소한 세계사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 일말의 빛을 던져줄 가능성이 보이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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