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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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여성의 삶을 떠올릴 때 우리가 그리는 이미지는 대개 무해하고 귀여운 할머니이거나, 돌봄이 필요한 쇠약한 존재가 아닐까. 에드워드 사이드가 명명한 남성 거장들의 <말년의 양식>은 널리 연구되고 칭송받아 왔다. 반면 여성 예술가들의 노년은 제대로 기록조차 남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젊은 남성을 표준으로 삼는 사회에서 늙은 여성은 가장자리 중에서도 가장자리로 밀려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전 구바는 삶의 종반부에 접어든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창조성을 끝까지 피워냈는지 집요하게 탐구하며 <피날레: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를 써냈다.





저자는 2008년, 예순셋의 나이에 난소암 진단을 받고 길어야 5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예상을 넘어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이 다시 얻은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으려 할 때, 그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저자의 시선은 자신보다 앞서 노년을 살아낸 여성 예술가들에게 향했다.





이 책은 총 3부에 걸쳐 9명의 위대한 여성 예술가를 조명한다. 그들은 노년을 단순한 쇠락의 시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후반부에 이르러 더욱 선명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조지 엘리엇, 콜레트, 조지아 오키프, 이자크 디네센, 메리앤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 메리 루 윌리엄스, 그웬돌린 브룩스, 캐서린 던햄은 각자의 방식으로 노년을 통과했다. 그들은 연인이었고, 이단아였으며, 현자였다. 무엇보다 자기 삶의 마지막 장면을 남이 정해준 방식대로 살아내지 않았다.






책 속 콜레트의 말 역시 오래 남는다. 그는 사랑이 결코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늙더라도 사랑을 잊지 않고, 사랑에 관해 생각하고 말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는 단순한 낭만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우리를 초대한 '리틀 올드 레이디 랜드'는 결코 서글픈 곳이 아니다. 그곳은 끝까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맹렬한 기개로 삶의 마지막 장까지 온전히 채워 살아낸 강하고 자유로운 여성들의 영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노년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달라진다. 노년이 우리 모두의 현재이자 미래라면, 이 책은 그 미래를 두려움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한다. 





592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인물 한 인물의 삶이 독립된 이야기처럼 읽히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은 주름진 손과 쇠락해가는 육체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내면의 불꽃을 끝내 발견하게 만든다. 책장을 덮고 나니, 언젠가 맞이하게 될 나의 피날레가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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