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에서는 귀천의 차이도 없고 노소와 강약의 구분도 없었다. 우리에게 똑같이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욕망으로 단련된 몸뚱이와 미칠 듯이 외로운 마음이었다. 그 미칠 듯 외로운 마음은 밤만 되면 우리를 부수고 나온 맹수처럼 사방에서 흉폭하게 컹컹대며 사냥에 나섰다. 검붉은 달빛을 맞으며 우리는 몽유병 환자마냥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미친 듯이 뒤쫓기 시작했다. 연못을 가운데에 두고 끝도 없이 뱅뱅 돌며 거대하기 짝이 없는, 사랑과 욕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악몽을 뒤쫓았다. -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