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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F를 좋아해 -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심완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누군가의 진심을 담은 덕질, 즉 마음속 깊이 애호하는 마음은 결국 다른 누군가의 "인정!"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마음을 다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무엇이든 한 가지 이상을 창조해 내는 힘을 가졌다. <우리는 SF를 좋아해>를 읽는 내내 누가 시켜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SF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애정하는 마음이 이렇게 황홀할 만큼의 서문을 써내게 하는구나 싶었다. SF를 사랑하는 마음과 SF 작가들을 애정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질문들과 사진들이 곁들여진 이 책은 평소 내가 애정하는 SF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욱 반가웠다.
책에는 정말로 간편한 해답도 확실한 구원도 없지만, 읽는 행위는 아주 만흔 삶과 세계를 불러온다.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우리의 삶이 텍스트라면 우리는 상호 텍스트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세계는 시공간을 넘어 상호 의존한다. 타인을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용이고 받아쓰기다. 나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나를 고치고 깁고 늘리며 살았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의 풍경을 알고 있듯이, 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안다. 연결되는 텍스트가 늘어날수록 나는 다채롭고 거대한 모자이크가 된다.
p.8
<우리는 SF를 좋아해>는 굉장히 아름답고 인상적인 저자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본격적으로 인터뷰 내용을 읽기 전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6명의 SF 작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들로 완성한 <우리는 SF를 좋아해>는 그야말로 다채롭고 거대한 모자이크 같았다. SF의 색채가 짙은 작가부터 비교적 SF 농도가 옅은 작가, 세계 중심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와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 색과 농도가 다른 유리가 알알이 박혀 멋지고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말이다. 6명의 작가들이 글을 쓰는 방식,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할 수 있는 방법(?),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등등 그간 SF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담겨 있었다.
자료와 메모를 쌓다가 어느 시점에 글을 쓰기 시작하시나요? 혹은 이야기 중에서 어디부터 쓰기 시작하시나요? 쓰고 싶은 문장, 결말 부분, 이야기가 시작하는 부분 등 선호하는 시작점이 있나요?
- 다 갖추고 나서 시작해요. 도입부, 결말부, 제가 쓰고 싶은 장면, 클라이맥스 펀치를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대사, 다 있어야 해요. 얼개가 나온 상태, 제가 전체 흐름을 아는 상태에서 씁니다. 조각조각을 봤을 때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다 싶으면 시작해요.
p.103
SF는 비 SF 작품과 달리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낯선 SF적 세계는 SF 장르와 친해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매혹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 낯설고도 기이한 세계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알 수 있어 SF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좀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6명의 작가와 6개의 인터뷰. 각각의 인터뷰는 각기 다른 색, 다른 맛을 가졌다. 이 책에 인용된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비단 SF의 세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6명의 작가에게도 역시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한국, SF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조합하면 어떤 '현재'가 나올까? <우리는 SF를 좋아해>로 만나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