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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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중 연합군은 하루라도 더 빨리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명목으로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도쿄 중심부로부터 41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이 불에 탔고 1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것은 단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바로 이 비극적 장면에 숨은 진실을 파헤쳤고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담았다. 인문학책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꿈, 도덕과 양심 사이의 어떤 지점을 짚어냈다.




도쿄 대공습이 목적이 더 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면 수긍할 수 있겠는가? 말콤 글래드웰은 인문학책 추천 <어떤 선택의 재검토>를 통해 더 나은 결말을 꿈꾸었으나 최악의 결말로 치달은 도쿄 대공습,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재검토해나간다. 당시의 미군 지휘부가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결정을 내린 후 그들이 마주하게 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폭격기 마피아'라고 불리던 미 육군 항공대 지휘관들이 당초 추구했던 것은 도쿄 전역을 불태우고 민간인 대학살이 아니었다! 그들의 원 의도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이 의도했던 것은 민간인을 비롯한 불필요한 인명 손실을 줄이고 산업 시설을 파괴해 일본의 전쟁 야욕을 뿌리뽑는 거였다. 



 


내가 만났던 여러 역사학자는 공군 조종사 출신이었다. 그들은 발달된 전투기와 스텔스 폭격기,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수송기를 직접 조종했었다. 그래서 공군력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피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30년대의 폭격기 마피아들은 이론적인 것, 존재하기를 희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p.51



"그가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폭격조준기를 개발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을 도운 이유가 뭘까 궁금할 겁니다. 그는 폭격을 더욱 정확하게 만듦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진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피아 폭격기'라고 불렸던 당시 미 육군 항공대 소속 지휘관들은 혁신적이고 진보한 전쟁관을 주장해 다른 군인들 사이에서 괴짜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진보한다"라는 그들의 모토처럼 적군의 시야가 가려지는 한밤중에 낮은 고도에서 가능한 많은 폭탄을 떨어뜨려 민간인 사상자에 전혀 개의치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고 기술을 탑재한 폭격기 B-29 슈퍼포트리스로 일본의 산업 및 군수 시설만을 정밀하게 조준해 폭격하고 일본의 전쟁 의지, 수행 능력 등을 제거하려고 했다. 그들이 이러한 새로운 전쟁 방식을 추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뒷받침이 되었다. 네덜란드 출신 공학자 노든이 개발한 '노든 폭격조준기'는 혁신적으로 정밀한 조준이 가능했고 B-29 슈퍼포트리스는 적군의 대공포화가 닿지 않는 높은 고도에서 작전이 가능했다. 



이렇듯 기술적 진보가 뒷받침되었지만 그들의 이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기상 악화, 제트기류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미군이 목표한 폭격은 당초 목표치의 단 1%에 그쳤고 연이은 실패에 미군 지휘부는 전쟁 방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폭격기 마피아의 정밀 폭격 방침을 철회하고 이전의 무차별 폭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렇게 전쟁 방식을 뒤바꿔버리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고와 검토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무고한 희생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각기 다른 전쟁 방식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미군의 목적대로 전쟁은 끝이 났지만 과연 그들의 선택이 옳았는지 재고의 여지가 존재한다.


양심과 의지를 적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련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 그것들은 대단히 어려운 종류의 문제이다. 반면 인간의 독창성을 적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 폭격기 마피아의 천재성은 그 차이를 이해한 것이다. "군사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태워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다."

p.233



도쿄 대공습으로 하룻밤 사이 도쿄 도시 전체가 불탔고 1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쟁을 빨리 종식시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미군의 선택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늘 올바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어떤 선택을 포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대규모의 학살을 자행한 르메이는 전쟁의 승리자로 기억되고 전쟁의 부조리를 막기 위해 자신의 양심과 도덕에 귀를 기울인 헨셀이 맞은 쓸쓸한 결말에 입안이 쓰다. 살아가는 동안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을 맞게 된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양심과 도덕의 소리에 맞는 옳은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 내가 행하고 있는 모든 선택들을 다시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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