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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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심오하지만 아름다운 문장들이 담긴 철학책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에게 하나하나 분해되고, 다시 내 나름의 질서로 조합되어, 내 마음속에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문장들만 기대하며 펼쳤다가 아주 조금 놀랐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윌첵은 "원자핵의 강력 이론에서 점근적 자유성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몇 번을 읽어도 그의 공로가 무엇인지 내겐 알 도리가 없었다ㅠㅠ). 





어쩌면 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이라는 이력이 주는 편견은 그의 책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모국어라 할 수 있을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은 무자비한(!!) 책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빛나는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는 예상대로 굉장히 아름답고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다.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는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해 물리적 세계를 연구하면서 배울 수 있는 근본적인 큰 원리 열 가지를 담은, 대중들을 위한 물리학책이다. 우주와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이론물리학과 천문학 우주론 생물학, 기술의 미래와 예술, 인간의 도덕성까지 다방면에 걸친 지식이 담겼다. 



저자는 우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몸에 익혔던 것을 버리고, 과학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받아들여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은 우리의 오감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통합한 결과이지 우주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가치로운 일이다.



우리는 빅뱅 이후에 빛이 여행한 거리 이상을 볼 수 없다. 이것이 우주의 지평선을 이룬다. 그러나 하루가 지날 때마다 빅뱅은 점점 더 과거로 물러선다. 어제는 지평선 밖에 있던 것이 오늘은 지평선 안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하루, 심지어 수천 년을 보탠다고 해도 우주의 나이가 늘어나는 비율은 아주 미미하고,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늘어나는 공간은 인간의 시간 척도로는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의 먼 후손이 보는 우주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지평선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는 것은 정신의 훈련이 된다. 

 p.68~69



우주라고 하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투성이로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우주의 본질이 불확정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주는 놀랍도록 균일하다고 한다. 우주 전체는 같은 물질로 채워져 있으며 전자는 모두 동일하다. 거대한 우주의 세밀한 부분까지 심오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원리들이라고 하니 더욱 놀랍다.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선물을 가져다준다. 과학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들에게 세계는 신선하고, 명쾌하고, 놀랍도록 풍부해 보인다

 p.19



과학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지각과 환경이라는 한계 내에서 경험을 통해 세워온 '모형'을 깨뜨려버리는 것, 그것은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첫 발걸음이 된다. 불완전하지만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그 첫걸음을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와 함께 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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