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 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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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암입니다." 평소 '에너자이저'로 불릴 만큼 활기와 긍정이 넘쳤던 저자는 활짝 열려 있던 세상의 문이 바로 눈앞에서 철거덕 닫히는 듯했다고 기억한다. 암 진단을 받던 날, 암 선고가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렸다고. 암 때문에 삶의 즐거움과 앎의 기쁨을 빼앗기고 영영 무채색으로 살 줄 알았던 그녀는 암을 부정하고 원망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치열하고, 열정적이었고, 사랑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하기로 마음먹자, 무채색일 줄로만 알았던 삶은 여전히 무지갯빛으로 빛났고, 끝장날 줄 알았던 인생은 계속됐다. 에세이 추천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한겨레 기자로 20여 년간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온 저자가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긴 투병기이자 투병의 시간도 떨쳐내야 할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이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가는 여정이 담긴 책이다.

🔖그날 나는 비로소 유방암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 질병이 부정하고 원망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 또한 내 삶이고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제야 암을 진단받기 전 내가 살아온 40여 년의 삶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치열했고 열정적이었고 내 삶을 사랑했다.
p.34

마흔 줄에 들어서면서 몸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은 걸 확실히 느낀다. 가끔 이유 없는 복통을 느낄 때면 그 순간부터 이 증상이 암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암이 내 삶에 침범해도 전혀 이상한 나이가 아니니까, 원인 모를 통증은 조건반사처럼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불청객에 대한 공포심을 소환한다. 그래서인지 암 진단을 확정하는 의사의 말이 사형선고처럼 들렸다는 문장이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에세이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암'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암을 진단받은 그날부터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해나갔는지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환자복이 스님 옷 색깔과 비슷해서인지, 영락없이 비구니 같다. 얼굴도 동글동글, 머리 모양도 동글동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온다. 보기 흉하지 않다. 사진을 보고 있는데 친정어머니 카톡이 온다. “오메~이쁘다(역시 엄마의 사랑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다).” 머리카락 빠진다고 울고불고하던 내가 불과 며칠 만에 또 머리카락 한 올도 걸치지 않은 내 두상을 보며 웃고 있었다.
p.75

첫 항암의 경험을 해본 나는 2차 항암 주사를 맞을 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주사를 맞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어차피 인생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고, 삶이 내게 쓴 레몬을 준다면 가만히 앉아 쓴 레몬을 먹기보다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고 했다. 어차피 항암 주사는 맞아야 하지만, 아픔, 고통, 두려움, 외로움 등을 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찾아야 했다.
p.97

항암 치료를 받을 때 구토나 오심을 막아주는 캔디나 얼음, 그리고 주사액이 들어가는 동안 볼 만한 재미있는 영상을 준비하라는 구체적인 조언과 암 투병 환자들에게 유용한 앱을 깨알같이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큰 도움을 받을 것 같아 어쩐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로 극심한 변비에 시달리다 쾌변한 날의 통쾌함,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기 시작하자 속상한 마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던 저자의 아들이 결국 머리를 빡빡 민 저자에게 "엄마, 도라에몽 같아요!"라며 좋아했다는 이야기까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 찍어내며 읽다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암 선고를 받고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와 연대하는 법, 나 스스로를 보살피는 법이 담긴 다정한 암 투병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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