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ㅣ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평점 :

학창 시절, 사회과학 과목을 참 좋아했는데 성적은 별로였다. 교과서를 '교과서'로 본 게 아니라서 좋았고 철학과 역사 공부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교과서 밖의 이야기들은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시험 볼 때는 오지선다형 문제의 보기가 다 고만고만 비슷해 보였는지 시험 점수는 그저 그랬다. 좋아하는 건 뚝심있게 해내는 성격 탓에 역사와 철학 시험 성적이 어떻든 점수가 좋지 않았어도, 나는 그 과목들을 꿋꿋하게 좋아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깨닫게 된 건 학창시절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철학과 역사 교과서가 동종 인문학서와 비교하면 정말 재미없다는 거다. 재미있는 철학책과 역사책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지! 하나씩 찾아 읽는 게 너무나 즐겁다. 최근 읽었던 철학책 중 가장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철학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철학책 추천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은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로 철학 '덕후'들의 애정 어린 눈도장을 받은 철학자 양승권이 쓴 '하룻밤' 시리즈의 철학책이다. 수천 년의 역사 속 철학자들을 조망해 흥미로운 그들의 일화를 생생하게 담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술술 읽힐 만큼 쉽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이 ‘무지에 대한 지’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기본 전제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자신의 무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아낼 자격이 없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과 토론할 때 우선 자신의 의견을 보류하고, 상대의 견해로 들어가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유도했다. 끊임없는 반문을 통해 상대방을 모순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다음과 같이 고백하게 만든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p.59
아우렐리우스가 볼 때 정념을 유발하는 것은 우리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 늙음 자체가 우리에게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늙음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태도로 인해 불안에 떠는 것이다. 늙음은 필연적으로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인생에서 아직 육신이 굴복하지 않고 있는데 영혼이 먼저 굴복한다는 것은 치욕이다. 만약 신이 나에게 가난을 예정해 놓았다면, 가난 역시 반드시 닥치게 되어 있다. 이것들은 결정된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길을 가야만 한다. 가까운 길이란 곧 자연에 순응하는 길이다. 늘 유유자적하게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p.165
로마 제국 16대 황제이자 스토아 학파의 대표 철학자 중 한 명인 아우렐리우스 따르면 인생은 하나의 연극이고, 연극의 무대는 이 우주 전체라고 한다. '나'의 역할은 이미 결정되었고, 설혹 자신의 삶이 비극이더라도 그 비극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자신의 삶에 불만을 표하고 푸념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는 20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책을 읽는다는 것은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들뢰즈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외우고, 오지선다형 문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했는지를 거인의 어깨 너머로 배워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보자면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은 불행과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을 발했다. 고통의 순간에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고통이나 분노의 감정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나를 다독여주었다. 철학책 <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에는 수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중 누구의 생각이 가장 진리에 가까운지, 누가 가장 현명한지는 아무도 알지 못할 테지만 이 책 속에서 당신 인생의 멘토 한 명쯤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책추천 #하룻밤에읽는철학사 #하룻밤에읽는서양철학 #서양철학 #인문학책추천 #세계사책추천 #역사책 #역사책추천 #페이퍼로드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