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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첫 장을 펼치기까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가장 외로운 선택>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높은 낭떠러지 위에 올라서 결국 스스로 몸을 내던져버리는 이미지가 떠올라, 한동안 책에 손도 댈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불행과 좌절만 보려고 했다. 너무 이기적이게도 말이다. 한때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어른'의 자리를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는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서 받은 가르침과 다정한 마음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부채를 성실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일부라도 조금씩 상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장 외로운 선택>을 펼쳤다. 청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의 아픔과 불행에 공감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사망하는 원인 중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자살'이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나이의 청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장 외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외로운 선택>은 정신건강의학자, 인류학자, 보건학자, 사회복지학자, 상담사, 사회역학자 총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청년 자살 문제를 바라보고 그 원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보고서 형식의 책이다.
만일 적지 않은 청년이 삶의 기쁨과 의욕을 갖지 못하고, 다수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고통받으며, 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면, 우리는 과연 지금 세상이 이들에게 어떠한 면에서 살 만하지 못한 곳인지, 나아가 어떻게 해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라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누구나 태어나면서 당연히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서서히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들이 죽겠다고 외치고 있는데,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좋은 사회일수록, 다음 세대에게 더 살 만한 세상을, 의미 있는 삶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곳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외로운 선택> p.20~21
90년 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청년들의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더더욱 경악스럽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살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삶의 의미'는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 속에서 서서히 습득하게 되는 관념이다. 결국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나 목적을 찾지 못하고 고립된 채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외로운 선택>은 청년 자살의 원인부터 세대별 특징, 사회 구조 문제, 코로나 관련 이슈, 계층과 성별이 미치는 영향과 청년 자살률을 완화할 수 있는 예방 대책까지 하나씩 짚어나간다.
한 청년의 죽음을 향해 보이는 사회의 무기력한 반응 자체가 청년들에게 더 무기력을 안기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가장 외롭고 우울한 죽음의 시대를 살아내는 초기 세대가 아닌가 합니다
<가장 외로운 선택> p.45
청년은 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두 개 정책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청년의 자살 고위험을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청년 자살률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 사회가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의 불행이 여성들만의, 남성들만의 불행일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세대의 절망은 모든 세대의 불행으로 상호 확산됩니다. 마치 감염된 절망감처럼 모두에게 편하지 않은 사회, 아무도 경청해 주지 않는 삶으로 표현되는 이 시대 청년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가장 외로운 선택> p.143
청년 자살률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수치다. 청년 자살률이 높은 곳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그 사회가 살기 어려운 곳임을 나타낸다. 2020년 기준 한국의 20대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자살로 스러졌다. 이는 고통받는 청년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미비하다는 방증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전혀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성세대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하는 청년들, 청년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기성세대들 사이의 간극을 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로 인해 삶의 기반이 흔들려버리고 정신적,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을 구출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외로운 선택>은 청년들이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밝혀 더 나은 내일을 가져올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 준다. 그들이 더 이상 외로운 선택을 하지 않도록 미약하지만 우리의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