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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오래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명저 <사랑의 기술>에서 상실된 '사랑의 회복'을 위해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라고 역설했던 에리히 프롬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통해 보다 더 근본적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미발표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8년을 함께한 조교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엮어냈다. 생의 마지막까지 사랑에 천착했던 에리히 프롬, 과연 그가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것을 향한 이런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롬이 생각하는 사랑은 "항상 성장을 향한 적극적 관심을 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란 하나가 되고 온전하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명력 넘치는 모든 것을 향한 사랑은 이런 성장을 촉진하고픈 열정적 욕망으로 표현된다."
> p.6
언제부턴가 존재보다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사실을 경험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 그 자체이다. 프롬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힘에서 '소외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리히 프롬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정말로 여전히 삶을 사랑할까?'은 큰 울림을 갖는다. 에리히 프롬은 경제, 사회, 정치 등의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우리가 스스로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탐색하고 우리의 삶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살아 있음'의 감각이 중요하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되 잠시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의 세계에 두 발을 안정하게 딛고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꾸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사물의 주인으로만 존재해야 할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을 조정하지 않고 사랑할 때, 화가처럼 생명을 부여하는 관계 맺음을 통해 유리잔 같은 사물조차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충분히 오래 바라보기만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을 배운다. 하지만 어떤 것을 얻어내려 하지 말고 그것을 진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진정으로 고요할 수 있어야 한다.
p.43
대량생산 체제하에서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는 소비로 채우려 하지만 그것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공허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사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물의 주인으로 존재해야 하며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 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생명과 사물의 차이, 행복과 흥분의 차이, 수단과 목적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폭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삶에 대한 사랑을 향해 첫걸음을 뗀 셈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음을 감각하는 것이다. 공허함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미 없는 분주함이 아닌 자유롭고 자발적인 내적 활동성을 되찾아야 한다.
활동적 인간, 생산적 인간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는 흔히 말하는 분주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내면에서부터 활동적인 사람, 활동적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사람, 세상과의 관계 맺음과 연결이 내면의 필연성인 사람이다. 그는 삶의 과정에서 쉼 없이 변하고, 모든 행위에서 같은 사람이 아니며, 정반대로 모든 행위가 동시에 그의 인성 변화다.
p.227
활동성은 강제된 분주함이 아닌 잠시 멈추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힘을 의미한다. 잠시 멈추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홀로 고립될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활동성을 되찾은 사람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활동적 인간이란 내면에서부터 활동적인 사람, 활동적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사람, 세상과의 관계 맺음과 연결이 내면의 필연성인 사람이다. 우리가 변함없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모습을 깨닫고 진정한 창의성과 활동성을 되찾기 위한 연습을 시작하면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사랑하는 '삶'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