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삽화도 귀엽고 무엇보다 기상천외한 발상은 매번 나를 놀라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번뜩이는 재미를 포착해 내는 요시타케 신스케, 이번에는 욕심에 대한 에세이다. 에세이 <살짝 욕심이 생겼어>는 인간이 느끼는 '욕심'이라는 감정을 그와 아주 가까운 곳에 서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욕심이 가진 솜털(?)과 땀구멍(?)까지도 볼 수 있을 근거리에서 애정을 듬뿍 담은 눈으로 말이다. 욕심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감정이었나, 스스로 어쭙잖은 개똥철학의 끝판왕이라고 했지만 <살짝 욕심이 생겼어>을 읽고 나니 어쩐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더 욕심내며 살아가야겠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애정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좋은 일이 없더라도 '행복 예감'만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이란 말이에요, 실제로 좋은 일이 전혀 없어도 '오늘의 운세'에서 나온 '대길'만으로도 '이야, 오늘 운세 좋군'이라며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대길이란 두 글자만 봐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내일 갑자기 멋진 사람이 나를 안아줄지도 모르지, 하며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되니까요. 

에세이 베스트셀러 <살짝 욕심이 생겼어> 짧고 좋은 책구절 / 글귀 p.45



 


행복이란 실제로 마음이 행복한가, 충만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충만해질 수도 있다는 예감이 발동하는가의 여부로 결정될지도 모른다(p.45)는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끝이 없는 긴 터널 같은 코시국에 세 아이를 가정 보육하다 보면 정말이지 인내심이 바닥이 나버리기 일쑤다. 엄마는 엄마대로 식사 세 끼를 챙겨 먹이는 것도 힘들고 답답한 세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온종일 서로 장난감을 두고 괜히 투닥거린다. 이렇게 몇 년을 더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눈앞이 깜깜하다.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 행복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나는 정말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 앞으로는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고 '행복 예감'을 발동시켜 보자. 상황은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지 않으면 어떠랴. 요시타케 신스케의 마법은 장난 같지만 효과는 제법 좋다. 



 


마음에 끼는 장갑이 필요합니다.

일단 쿠션 역할을 할 만한 것을 마음속에, 생각 속에 넣어둔다면 의외로 많은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일 장갑을 꼈을 때 생기는 감각의 변화가 마음속에서 일어난다면,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도 조금은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갑을 끼면 만질 수 있는 것이, 정말이지 훨씬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p.51



 


제 아이와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싶고요. (...)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일단 해보자, 라고 마음먹었을 때 담당자에게 어느 선까지 실패해도 되는지를 미리 물어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요?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저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마음이 놓일 것도 같고요.

 p.109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쿠션 역할을 해주는 마음에 끼는 장갑이 있다면 어떨까? 실패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느 선의 실패는 괜찮다고 미리 이야기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욕심을 좀 부려 볼까? 마음에 끼는 장갑을 착용한 것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나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런 너그럽고 넓은 마음을 가지도록 스스로에게 욕심을 부려보자.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행복이 아닌 오로지 내 행복만을 욕심내 보자. 이렇게 욕심을 내는 것이 탐욕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요시타케 신스케 덕분인 것 같다. 에세이 <살짝 욕심이 생겼어>에 사랑스러운 그림과 문장들이 가득한 덕분인지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욕심이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