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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무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평점 :

1993년 8월,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마을인 시더 그로브에서 한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실종 피해자는 그 지역의 명망있는 의사인 제임스의 딸 세라였다. 세라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성범죄 전과가 있는 에드먼드 하우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결국 정황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년이 흐른 후, 세라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견되었다! 단 한순간도 세라를 잊은 적이 없는 언니 트레이시는, 실종 사건의 배후에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작된 증거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에드먼드 하우스 뒤에 숨은 진범은 누구인가.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그리하여 죽은 동생 세라를 온전히 땅에 묻기 위해 트레이시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언젠가 세라도 그렇게 나타나리라. 언젠가 동생을 만나게 되리라. 너무나 잔인한 희망이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트레이시는 그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호시탐탐 그녀를 삼킬 기회를 노리며 어슬렁거리는 어둠을 물리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희망.
<내 동생의 무덤> p.55
세라와 트레이시는 사이가 각별한 자매였다. 워싱턴 주 카우보이 액션 슈팅 챔피언 결승전 당일, 트레이시의 남자친구 벤은 트레이시에게 프로포즈할 계획이었고 그걸 알고 있었던 세라는 혹시라도 언니의 기분이 상할까 봐 일부러 슈팅 실수를 해 챔피언 자리를 언니에게 내 주었다. 그날 이후 트레이시는 동생을 다시 보지 못했다, 세라가 백골인 상태로 발견되기 전까지. 트레이시는 언젠가 세라가 나타나리라는, 동생을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동생의 실종에 연관된 진실을 밝혀 내겠다는 일념으로 교사를 그만두고 강력계 형사가 된다. 유골로 돌아온 세라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트레이시는 본격적으로 진범을 색출하기 위해 벼르고 별렀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간다.
"또 다른 가능성은 뭐죠?"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묻은 겁니다."
"또 다른 것도 발견했습니까?"
"액세사리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액세서리죠?"
"귀걸이 한 쌍과 목걸이입니다."
<내 동생의 무덤> p.322
세라의 장례식을 위해 고향을 찾은 트레이시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한다. 세라의 실종은 그녀의 가족에게뿐만 아니라 시더 그로브 마을 전체에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그 사건 이후로 아이들은 거리를 홀로 나다닐 수 없었고 마을은 점차 생기를 잃었다. 게다가 당시 사건에 개입했던 사람들은 그 끔찍한 사건이 다시 파헤쳐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유력해보이는 보안관 캘러웨이와 검사 클라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게다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은 증거들조차 빛이 바랬고, 사람들의 기억 역시 흐릿해졌다. 과연 트레이시는 동생 세라의 실종 사건에 숨은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세라의 유골과 함께 발견된 귀걸이 한 쌍은 트레이시에게 긍정의 시그널을 보냈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 유명한 법률가 윌리엄 블랙스톤 경의 말처럼, 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기보다는 범법자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습니다."
<내 동생의 무덤> p.353
세라를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복역해 20년의 형을 산 에드먼드 하우스, 그는 과연 무고한 피해자였을까? 아니면 억울한 척 연기하는 잔혹한 살인자일까? 그는 이미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트레이시는 누군가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해 에드먼드 하우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첫 단계라고 생각하고 그를 돕는다.
소설 중반까지는 보안관 캘러웨이와 트레이시의 상관 놀래스코가 트레이시를 저지하는 고구마 전개 구간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변호사 댄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짜릿한 사이다 전개가 이어져 얹힌 듯한 명치를 화끈하게 뚫어주며 기막힌 대반전을 선사한다. 고구마 구간이 가치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걱정마시길! 하지만 소설의 끝 무렵 기막힌 반전이 한 번 더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울다가, 손에 땀을 쥐다가, 설렜다가 또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이 책을 연휴에 읽어볼만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