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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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디야르와 사는 전혀 예상도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듯 멍했지만 족장에게 한마디 말이나 행동도, 자신을 방어할 그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무리 중 칙디야르의 딸 오즈히 넬리와 손자 슈러 주 역시 족장의 결정에 순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죽끈과 손도끼만을 남겨둔 채 무리와 함께 떠나버렸다. 굶주림에 지친 부족 사람들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남겨진 두 늙은 여자는 모욕감과 수치심, 애통함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여든 개의 여름을 본 칙디야르와 일흔 다섯개의 여름을 본 사. 그들은 여전히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도 버림을 받았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면 말이야."

<두 늙은 여자> p.29



사는 칙디야르에게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면 말이야." 두 여인은 오즈히 넬리가 남긴 가죽끈으로 올가미를 만들고 토끼덫을 만들었고, 슈러 주가 남긴 손도끼로 나무다람쥐를 사냥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수많은 계절들 전에 사용했던 기술과 지식을 기억해냈다. 둘은 자신들이 약점을 보이는 순간 자신들을 움켜쥘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존재인 죽음이 두렵지만 생존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둘은 아주 오래전 물고기가 풍부하게 잡혔던 곳을 기억해냈고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뻣뻣한 관절과 온몸의 통증을 무릅쓰고 무시무시한 추위를 뚫고서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두 늙은 여자> p.69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p.69)" 칙디야르와 사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몸이 좋지 않지만, 몸을 이길 힘을 마음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 결국 찾고자 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한 두 늙은 여자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땔감를 모았고, 먹을 거리를 사냥해 저장고에 모아 두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고, 아마 그 다음의 겨울도 그랬을 것이다.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p.69)" 라고 했던 사의 말처럼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원한다면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제 서른아홉 개의 겨울을 보았다. 내가 막 통과하고 있는 서른아홉 개째의 겨울과 곧 마주할 마흔 개째의 겨울은 분명 다를 것이다. <두 늙은 여자>를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같지 않을 것이다. 칙디야르와 사가 불가능에 도전해 무엇을, 어떻게 쟁취해냈는지 이제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시간들은 분명 내가 나아가려는 길의 변곡점마다 잊고 있었던 가치로운 무언가를 꺼내놓을 것이다. 내가 보낸 시간들의 의미와 가치는 언제고 유효할 거란 걸 두 늙은 여자를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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