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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 ‘오늘의 식탁’에서 찾아낸, 음식에 관한 흔한 착각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7월
평점 :

의연하고 위풍당당한 고수들의 아름답고 매끄러운 몸놀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탄을 자아낸다. 절대쌍교, 의천도룡기 등 무협 드라마 나오는 무림 고수들이 구사하는 유려하고 막힘없는 동작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지. 많이 먹는 자가 고수가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다 알 것이다. 음식에 관해선 진심인 고수, 국내에 출시된 호빵의 종류가 몇 개인지, 실제로 유통되고 있는 호빵의 종류는 몇 개인지, 또 그 호빵의 영양 성분이 어떤지를 다 꿰뚫고 있는 음식에 진심인 고수를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으로 만나 보았다.
집밥을 먹으면 더 건강해질까?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p.128
느낌적인 느낌, '내가 먹어봐서 알아'라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다. 배달 앱, 먹방, 혼식, 못난이 농산물 등 일상적인 화두로 시작한 글은 구체적인 여러 연구 자료들을 꺼내든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집밥을 먹어야 더 건강해질까?'라는 해묵은 논란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연구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이후 집에서 요리해 먹는 일이 늘어나 식생활이 건강에 유익해야만 하는(?) 쪽으로 변했으나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7%나 체중이 늘었다고 답했다고 하니, 이 무더운 여름철 애써 요리해서 열심히 먹어도 식습관만으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이다. 어째 듣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우리는 집밥을 인생 최고의 명약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걸까. 집에서 요리하고 외식을 줄이는 것만으로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호빵은 동시에 여러 시대를 살고 있다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p.77
우리 가족은 호빵을 참 좋아한다. 단팥, 야채, 피자, 고구마, 고추잡채 등 5명의 식구들은 각자 좋아하는 식빵이 다 다르다. 예전엔 단팥과 야채 뿐이었는데 요즘 세월 참 좋아졌다 싶었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호빵이 24종이라고 한다! 실제 해당 기사 속의 호빵 수는 19종에 불과해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이 분, 먹는 것에 진심이다!) 삼립 측에 전화로 문의했으나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고객 상담실에서 받은 답변도 23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렇게나 호빵에 진심이다. 호빵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더욱 더 놀라웠다. 호빵의 포장 뒷면에 찜솥, 보온밥솥,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까지 4가지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간혹 환경호르몬 등을 이유로 전자레인지에 포장용지채로 돌려 먹어도 되는지 걱정될 때가 있다. 제품 포장의 조리법에 전자레인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받는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자체 용기에 호빵을 담은 채로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환경호르몬 검출 걱정없이 작동되는 동안 발생하는 수증기가 호빵을 골고루 데울 수 있다고 한다.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유통되고 진실처럼 공고히 굳어진 음식에 대한 '정답'들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럴듯한 거짓인지 알아보고 음식과 식사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무엇보다 먹는 것에 대해 진심을 다한 이책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옛말처럼 음식을 이토록 즐기는 책이라니 당분간 음식에 관해선 이책을 이길만한 책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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