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레의 민중
쥘 미슐레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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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변곡점마다 우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헌신과 희생으로 분투하는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에 고아들을 입양한 가난한 사람들, 폐지를 주워 모은 동전 50만 원을 깨끗하게 닦아 기부한 할머니, 결핍의 무질서와 비참한 악덕 속에서도 풍요로운 감정과 선한 심성을 잃지 않았던 그들,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그들의 이름은 '민중'이다.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가 쥘 미슐레는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프랑스 혁명의 영광을 복원하고 미래로의 여정을 떠나기 위해 그들, '민중'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그들의 말을 기록했다.



1846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이 책은 미슐레의 친구 에드가르 키네에 보내는 서간으로 시작한다. 당시 많은 인기와 권위를 누리던 프랑스의 책들이 프랑스 스스로의 수치와 결함을 찾아내 비방하며 그들 스스로를 끔찍한 괴물로 만든 것을 비난하고 개탄하며 조국 프랑스를 열정적으로 옹호한다. 동시에 세계사를 양분하는 사건이자 민중이 권력을 쟁탈한 기념비적이었던 사건, 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프랑스혁명은 부르주아가 주도한 혁명이지만 도시 민중들과 농민들이 지지하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희생과 선한 마음을 가진 민중들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민중들의 시궁창으로 들어가 더럽고 야비한 것을 찾으면 환호성을 지르며, 민중을 찾았다 부르짖는(p.196)" 이들에 일침을 가한다. 그것은 결코 그들의 본모습이 아니며 무질서하고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공감과 헌신 능력이 뛰어난 선한 사람들이야말로 민중의 본모습이라고 말한다.



영국은 말한다. "너희들의 배와 기계는 어디에 있는가?" 독일은 말한다. "너희들의 체제는 어디에 있는가? 너희들에겐 이탈리아처럼 보여줄 만한 예술 작품이 있는가?" (중략) 만일 사람들이 사심 없이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지출했던 피와 금과 모든 종류의 노력을 쌓아놓는다면 프랑스의 금자탑은 하늘에 도달했을 것이다.

<미슐레의 민중> p.342


미슐레는 아마도 프랑스의 옛 영광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잊었을 그 사건을 재차 소환한다.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프랑스 혁명이 많은 나라를 위해 계산없이 '피를 흘려주었고', '영혼을 주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라고, 그것을 아무 대가없이 사랑으로 베풀었노라고,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엔 민중이 있었다고.



이 책이 쓰여진지 170년도 지났지만 미슐레의 민중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애끓는 외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역사서라기보다 민중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서간문이나 문학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미슐레와 같은 역사가가 있던가, 많은 일들이 왜곡되고 편향되어 보도되는 작금의 사태에서 나는 어쩐지 미슐레와 같은 역사가를 가진 프랑스가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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