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매탐정 조즈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정말이지 '말이 필요없다'는 표현은 이런 소설에나 필요한 말이 아닐까", 라는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다 싶은 소설이다.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언어도단적인 문장인가, '말이 필요없다'라는 말이 필요하다니! 다시 읽어보고 또 다시 읽어보아도 이상야릇한 문장이다. 하지만 진심이다. 소름끼치게 재미있고, 얼마나 소름끼치게 재미있는지 설명하고 싶지만, 내가 무언가를 표현하는 순간 그 무엇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할지를 모르겠는 소설, <영매탐정 조즈카>다!
"영매란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죠. 그렇다면 저는 논리를 이용해 히스이 씨의 힘이 현실과 이어질 수 있게 돕겠습니다."
<영매탐정 조즈카> p.111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조즈카는 영매이다. 영국인 할머니의 영향으로 파란 눈을 가진 쿼터 혼혈인이며 그녀의 증조할머니 역시 영국에서 영매였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기의 사형집행인이었다는 그녀의 조상은 단두대에서 많은 사람을 처형했을 것이고, 아마도 그 대가로 죽은 자를 대면해야 하는 저주받은 피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했을지도 모른다.
비취색 눈, 굽이치는 머리카락, 도자기같은 피부를 가진 그녀의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죽음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살인 현장에 머물러 있는 희생자의 영혼과 접속해 그의 말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조즈카는 이런 치트키와 같은 능력으로 "저 범인이 누군지 알았어요. 바로 범인은..!!"이라며 사건 현장에서 그 즉시 범인을 밝혀 버린다. 하지만 이런 영적 능력으로 알아낸 사실은 수사에서 증거가 될 수 없는 법, 마치 어려운 수학 방정식의 해답을 알고서 풀이를 해나는 것처럼 추리 소설가 고게쓰는 영매 조즈카가 밝혀낸 사실을 논리적 증거를 찾아 추론해나간다. 영매와 추리소설가, 환상의 파트너인 조즈카와 고게쓰는 우는 여자 살인 사건, 수경장 살인 사건, 여고생 연쇄 교살 살인 사건을 차례로 해결하며 눈부시게 활약한다. 일련의 사건들에 하나 더, <영매탐정 조즈카>를 관통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연쇄 사체 유기 사건으로 혼자 사는 이십 대 여성을 납치해 살인하고 유기해버리는 사건! 범인은 시체 외엔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 지능범이다. 조즈카와 고게쓰는 이 연쇄 살인 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