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양주연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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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혼자'들의 독립생활 이야기를 소개하는 에세이 '디귿'시리즈. 두번째로 만나본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은 등산을 하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틈새 행복'을 발견해가고, 나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 법을 깨우쳐가는 이야기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다. 남들에게 쏟는 다정함과 너그러움의 절반을 나에게 쏟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내가 노력을 덜 해서, 살이 쪄서, 예쁘지 않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스펙이 딸려서 원하는 걸 이루지 못했다고 너무 손쉽게 스스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쉽게 비난할 수 있는 대상이 나 자신이므로.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p.31


우리나라의 75%가 산이라니, 등산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4분의 1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가 싶어 억울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등산은 너무 싫었다. 애증의 대상도 아니고 애증의 '증'이라는 감정만 남은 등산. 회사다닐 때 분기별로 돌아오는 야유회때마다 제발, 제발 산에만 가지 않게 되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좋다는 산에 가길 원하는 상사들을 모시고 도장깨기하듯 다녀왔다. 지금은 그 산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 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하산해 들어간 오리구이집에서 다들 얼큰하게 취했던 기억과 다음날 온 몸에 남았던 어마어마한 근육통뿐. 그리고 하나 더,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보았던 아름다운 광경과 아주 잠깐동안 내게 깃들었던 성취감! 정상에 오르자마자 단체 사진을 찍고, 무겁게 지고 올라갔던 먹을 것들을 내놓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때 아주 잠시 성취감이 깃들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저자가 등산에 빠진 게 이 성취감 때문이라고 하니, 왠지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상사에 대한 극심한 반감으로 등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모든 고비를 넘기고 정상에 올랐을 때, 해냈다는 성취감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가득 차오른다. 결승선을 통과한 마라토너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나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 원하는 곳에 의지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뿌듯함이 차올라 기분이 하늘을 찌를 것 같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구역 자존감 왕이다. 등산을 하고 나면 스스로가 한층 좋아졌고 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p.31


저자가 등산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바로 작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의 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엄격하다. '내가 노력을 덜 해서, 살이 쪄서, 예쁘지 않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스펙이 딸려'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책망하고 코너로 몰아간다. 그런 나 자신에게 스스로가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아주 작은 것들을 성취해내면서, 그것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즐기기도 하고 성취해나가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등산을 하고 나면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한 건 현실을 변화시킬 큰 모험보다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틈새 행복'들이라는 것을. 아침에 숲길을 걸으며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엔 건강한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상에서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소소한 루틴들은 여행만큼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줬다. (중략) 행복이란 부단히 노력해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면서 발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 p.57~58


'틈새 행복'이라는 말 참 좋았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등산을 하며 작은 성취를 이루고 '틈새 행복'이 가득한 평범한 일상은, 우리에게 벅찬 감동이나 일생일대의 감화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게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행복이란 부단히 노력해서 달성하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맛있게 먹은 식사, 푹 빠져 읽은 책 한 권, 포근한 이불 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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