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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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거나 선함의 효용을 설파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어떤 찰나들을 포착하고 기록하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나의 결점을 통해 타인의 빈틈을 알아보고 다정한 이해의 눈길을 보냈던 저 순간과 같은. 그런 알아봄의 경험은 정의를 구현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 하등 쓸모를 갖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서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이 되어줄 순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별것 아닌 선의> p.8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 집 일곱 살 난 꼬맹이는 내가 눕기만 하면 쪼르르 달려가 이불을 꺼내와서 덮어 주고 어깨 근육이 뭉친 것 같아 스트레칭이라도 할라 치면 어느 새 소파위로 올라서선 내 어깨를 통통통 두드려준다. 아이 아빠가 무언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외출하려고 하면 어느 새 신발을 신고 나서서 현관문을 열어 준다. 그런 아이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에 화가 나고 지친 마음이 어느새 누그러진다. 별것 아니지만 다정한 내 아이의 선의는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아이의 서투르지만 진심이 담긴 손길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나에게 완벽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참 궁금해졌다.



<별것 아닌 선의>에는 50가지의 별것 아니지만 누군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동안 버틸 힘이 되어주었을, 다정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나는 어쩌면 당연하게 혹은 하찮게 여겼던 다른 이들의 선의가 뇌리 속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속상한 마음에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고 하소연하던 나에게 시간을 내어 귀기울여 준 사람, 어리고 어리석었던 나에게 마음을 담아 조언을 해준 사람, 그런 사람들의 별것 아닌 선의가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하나하나 내가 입었던 비슷한 선의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스해졌다. 하찮게 여겼던 그런 선의들이 나를 덜 고단하게, 덜 슬프게 도와주었구나 싶었다.



그래, 난 실수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 만큼의 큰일은 아니다. 관계에 대한 바람과 보여주고픈 내 모습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저 한 번의 어리석은 실수로 끝날 따름이다. 당장 만회하지 못한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별것 아닌 선의> p.145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지만,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타인의 마음에 닿는 것에 존재 전부를 거는 맹목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관계를 밀고 당기는 재능이 내게는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픈 관계든 기쁜 관계든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걷는 법을 익혔고, 실수를 반복하기 전에 감지하고 자신을 제어할 줄 알게 되었다.

<별것 아닌 선의> p.146



<별것 아닌 선의>는 과거 저자가 경험했던 타인의 선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읽는 이에게 선의 그 자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과거에 내가 했던 어떤 실수로 삶이 부서지는 것 같았던 그때, 상처를 받는 것 말고는 그 어떤 해결방법도 없어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상처들이 이 책을 읽는 지금에서야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 난 실수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 만큼의 큰일은 아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서툴고 어설프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나도 오늘부터 시간과 마음을 들여 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 <별것 아닌 선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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