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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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인류 최대의 치욕적이며 폭력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흉폭한 일을 벌일 수 있을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 아이언 돔 밖의 가자지구에서는 인간성을 잃은 무차별적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잔인해지는가. 인간은 어떻게 타인을 잔학하게 파괴할 수 있는가. 저자는 대상화라는 현상을 통해 그 비밀을 파헤치고 대상화를 막기 위한 해결방법도 모색해본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로, 말하자면 물리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신체와 영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정신을 소유하고 있으며 내면적 깊이를 지닌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볼 때 악이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수준 증대된다. 이렇듯 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 바로 대상화이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p.24

타인을 대상화한다는 것은 나 이외의 인간을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존재로 보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타인에게는 개성도, 깊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일차원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인데 이 대상화라는 개념은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오해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상화 스펙트럼을 크게 세 부분으로 분류해보자면 일상적 무관심, 유도체화, 비인간화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경미한 수준의 대상화에 속하는 일상적 무관심은 가족과 친척 등 가까운 지인을 제외한 사람들과 최소한의 정서적 관계만 맺고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타인의 고통을 알게 되었을 때 일상적인 무관심으로 대한다. 대상화 스펙트럼 중 비교적 광범위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도체화는 타인을 자기 자신의 유도체로, 즉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 및 공포를 반영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마지막으로 대상화 스펙트럼의 최극단에 위치한 비인간화는 타인을 인간으로서의 본질이 완전히 결여된 존재로 바라보는 현상으로 타인을 인간이하의 존재로 취급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아닌 존재로까지 간주한다. 극단적인 수준의 유도체화와 비인간화는 흔히 전시 상황에서 나타난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서는 대상화를 야기시키는 원인에 대해 깊숙히 파고든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 앞서 대상화 문제에 기여하는 요소 중에서 인간종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는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본다. 과거 인간의 악행이 기질적 관점을 통해서 이루어졌지만 20세기 초반부터는 사회학과 사회심리학에 기반한 상황적 관점으로 개인이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그가 처해진 상황에 좀 더 중점을 둔다고 한다. 또한 자아 경계의 수축과 확장에 따라 타자와의 교감, 동일시하는 능력 등이 달라지는 것으로 대상화를 막을 수 있는 해독제 발견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이 세상의 최악의 악행들이 히틀러처럼 카리스마 있고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아이히만처럼 매우 평범하고 무난하며 '상투적인'개인들에 의해서도 벌어진다. 아주 평범한 개인일지라도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아의 경계가 좁은 상태에서 심리적 경계의 경직성이 강화되고 그 외의 요인들이 더해진다면 대상화 스펙트럼의 최고점인 비인간화라는 극단적인 현상은 언제고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킹 목사는 도덕적 경험세계는 긴 포물선을 그리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구부러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포물선이 정의를 향해 구부러지는 것은 맞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 포물선이 저절로 구부러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그 포물선을 손에 얹고 정의의 방향으로 구부릴 때만 구부러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p.386

타인을 '그것'이 아닌 나와 동등한 '당신'으로 보고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이 줄어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족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인간의 온갖 만행, 탈선, 잔학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고 함께 더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간이 잔인해지는 일도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존 M. 렉터는 20여년동안 인간성 연구에 천착했고 인간이 함께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유효할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일독의 가치가 충분한 책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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