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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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들을 끝내는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같은 이야기들로 세공해내고야마는 작가, 앨리스 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는 9명의 평범한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앨리스 먼로는 9명의 평범한 주인공들을 우리의 주변에서 발굴해내 그녀만의 섬세한 문장들로 입체적이고 극적인 이야기 속에 담아 냈다. 단조롭고 어쩌면 흔해빠져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읽다 보면 역시 우리가 꾸려나가는 보편한 삶이야말로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단편집의 표제작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70여쪽에 지나지 않는 단편 소설에 지나지 않지만 2013년 '미워하고 사랑하고'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온타리오 지역의 명망 있는 매컬리 씨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조해너는 고아로 자라나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했지만 매컬리 씨의 외동딸인 마르셀이 수술을 받다 죽고난 후 그의 외손녀인 새비서를 딸처럼 돌보며 집안의 대소사를 야무지게 처리해왔다. 새비서의 아버지이자 매컬리 씨의 사위인 켄 부드로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며 매번 장인에게 손을 벌린다, 그와 죽은 아내 마르셀의 소유인 가구들을 빌미로.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조해나는 켄 부드로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운명과 우연은 조해나와 켄 부드로의 사랑을 엮어준다. 여기에는 새비서와 친구 이디스의 장난질이 아주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켄 부드로가 쓴 것인 마냥 조해너에게 넌지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아마도 조해너가 웃음거리가 되길 바라는 짖궂은 두 사춘기 소녀의 장난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 다만, 서로가 인연인 줄 몰랐던 두 연인을 이루어주는 데 큐피트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 뿐.



조해너는 켄 부드로에게 필요했을, 새로운 변화가 되어 주었다. 따뜻한 겨울, 상록수 숲의 향기와 익어가는 사과들.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p.82) 그리고 켄 부드로는 조해너의 마음에 따뜻한 동요, 분주한 애정이 되살아나게 해주었다. 몇 년 후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린 두 사람 사이에 아들도 태어났다는 소식은 새비서와 이디스가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진부한 듯 하지만 앨리스 먼로만의 섬세한 문장들 속에 명징하게 그려지는 인물들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롭다. 그 어떤 삶이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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