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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옷장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0
박은경 지음, 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하다. 특히나 슬픔이나 괴로움은 마음 속에 꼭꼭 감춰두면 독으로 변해 마음이 병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안으로 안으로 꾹꾹 밀어넣기만 한다. 울음이 목까지 차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안간힘을 써가며 또 다시 꾹꾹 눌러 참기보다는 엉엉 울어버리라고, 속엣것을 다 털어내어도 괜찮다고, "네가 바다처럼 눈물을 쏟아도 고래가 등으로 다 뿜어 줄"것이라고 말해주는 그림책이 있다.
김승연 작가와 박은경 시인이 함께 만들어낸 그림책 <고래 옷장>은 색감과 분위기가 독특하다. 다시 음울해보이기도 하면서 따스한 느낌이 들고, 스산한 느낌이 들면서도 밝고 경쾌하다. 그런 상반된 분위기가 함께 있어 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래 옷장>은 슬프거나 괴로울 때 그것을 눌러 참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방 안에 놓인 옷장의 문을 열고 들어 가면 그곳은 고래 배 속이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길을 따라 눈물의 골짜기에서 울음을 터뜨리면 내 울음소리를 따라서 고래도 깊은 소리로 울어준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울고 싶은 순간,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내가 울면 고래가 함께 울어주고, 내가 눈물을 쏟아내면 고래가 시원하게 몸 밖으로 뿜어줄 수 있는 곳. 그래서 그곳에서는 실컷 울어도 고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곳이라는 내용의 동화. 요즘처럼 우울한 일이 많은 때,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제격이다.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읽다보면 어느 새 우울한 마음이 누그러져있는 것을 느낀다.
누구든 울고 싶은 사람은 고래 옷장을 찾아가면 된다. 그곳에 가려면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장화 한 켤레다. 오는 길에 물 웅덩이가 많으니 장화 한 켤레만 꼭 챙겨오라는 아이의 말에 진째 고래 옷장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고래의 도움으로 소녀는 어디선가 울음을 참으며 슬픔을 삼키고 있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낸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기쁨과 슬픔은 항상 공존한다. 또 다시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꾹꾹 눌러 참지 말고 힘차게 울어내길, 슬픔과 울음을 뱉어내고 툴툴 털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