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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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면서, 엘리스를 가지면서 이전과 같은 삶을 이어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퍼트리샤가 가졌던 것은 모두 사라졌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친 거라고 했다. 아이를 가짐으로써 완전히 새 건물에 들어와 살게 되는데, 열쇠를 어디두었는지 모른 채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난다고. 완전히 다른 삶이란다, 얘야. 그런 곳에서 살아야 했단다.

<컨페션> p.385


모성의 발견과 정체성의 망각을 동의어로 보았던 퍼트리샤, 자아가 소멸될 것이 두려워 자신을 방치했던, 하지만 끝내 자신을 찾아나서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던 엘리스, 사라져버린 엄마를 찾으려 끊임없이 그녀의 환영을 좇았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달게 된 로즈. 그녀들의 실패와 좌절, 얼마간의 성공. 이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자 시도였고 또 실패였다. 모성을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추켜세우고 모든 여성이 그것을 품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컨페션>은 모성이 우리가 가진 선택지 중에서 최고도, 최선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각자의 삶은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나만이 주체적으로 직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언제나 한 가지는 잃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네요. 아이를 낳는다면 뭔가 잃게 될 거예요.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또 뭔가 잃게 될 거예요. 이런 상실은 실체가 있기도 하고, 가끔은 전혀 표현할 수 없기도 해요. 그리고 우리 인간은 실제로 잃기 전에는 무엇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요. 후회할 줄 몰랐던 결정을 후회할 준비를 해야 하죠. 하지만 내 경험상 후회가 결코 영원하지는 않아요.

<컨페션> p.364


엘리스와 코니는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한순간의 실수와 오해로 헤어졌다. 그후 엘리스는 임신하게 되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지만 결국에는 아이를 비롯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게 된다. 로즈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연인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아이를 내려 놓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세상이 강요하던 가치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위함인지 알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로 인해 내 본래의 모습 중 어떤 것들을 잃었고 또 어떤 것들은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동시에 내 존재의 어떤 면은 망각하게 되었고 또 몰랐던 것들을 발견해내기도, 배워내기도 했다. 코니의 말처럼 인생에는 선택과, 그것이 야기한 상실이 있다. 상실이라고 해서, 후회가 뒤따른다고 해서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든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낳는 것은 하나의 선택일 뿐이지 그것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가치로운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엘리스와 로즈처럼,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무언가를 상실했으며 또 새로운 무언가를 얻었을 뿐이다. 엘리스와 로즈가 무엇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켈, 정말로 기분이 어때? 엄마가 되는 거?"

"동시에 두 개 차선을 달리는 것 같아. 모든 것에서 최고이면서 최저야.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상을 초월해. 그러니까, 정말 피폐해져. 마치 강도를 당한 거 같아. 그런데 반대쪽도 마찬가지야. 가끔은 신이 내 삶에 손을 얹고 이 비밀스러운 경험을 선사해준 것 같아. 이 눈물 나는 기쁨을 말이지. 

<컨페션> p.360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큰 기쁨과 피폐해짐이 공존하는, 엄마로서의 삶은 가끔 내 마음의 어떤 곳을 찢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뜯어진 마음의 아주 작은 실밥 하나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실 뭉치만 남아 예전의 모습을 추측조차 못하게 된다면 그때는 내 삶에 어떤 단어, 어떤 문장들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할까? 많이 짓눌리더라도 날마다 나아가고 싶다. 우리의 삶은 우리 각자가 만드는 나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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