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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69년 고등학생이었던 내(무라카미 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 기록한 것이다.
<식스티나인> p.252
놀라웠다! 이 책에 담긴 학교 바리케이트 봉쇄 사건이 작가 무라카미 류가 주도해 1969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니! 학교 벽에 '권력의 개들아, 자아비판하라!' '상상력은 권력을 쟁취한다!' 페인트로 선동 문구를 잔뜩 쓰고 바리케이트로 학교를 봉쇄한 사건은 그날 NHK와 NBC 오전 7시 지방 뉴스 시간의 톱뉴스를 장식했다고 한다.
교장실에 난입해 책상에 큰 것(!!)을 보고, 선동 문구 중 무기 武자를 시험의 試로 틀리게 써서 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일부 교사의 작태를 통렬히 비판하고 자본과 국가를 위한 사람을 뽑는 제도로만 작동하는 잘못된 일본의 교육제도에 저항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편의 청춘 드라마같은 소설 <식스티나인>은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행동하는 고교생들의 유쾌한 사춘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설이다. 고작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던 소년들은 그들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자들과 제도들에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투쟁한다. 그렇게 뜨겁게 싸우고, 사랑하고, 유쾌하게 떠들어대면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청춘 시절을 온 몸을 다해 열정적으로 보낸, 아름답고 빛나는 모습이 담겼다.
기가 죽어 반성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중략) 그놈들의 증오심 가득한 눈길을 의식하면서, 나는 끝도 없이 떠들어댔다. 퇴학을 당해도 좋다고 그놈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비록 퇴학당하는 일이 있어도 나는 네놈들에게 지지 않아. 평생, 나의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려줄테다.
<식스티나인> p.127
무라카미 류가 북고 바리케이트 봉쇄 사건으로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하고 무려 119일동안 자택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으나 결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퇴학을 당해도 좋다고, 퇴학당하는 일이 있어도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이며 복수하겠노라며 다짐하며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버지 덕분이었다. "교장이 말을 할 때, 눈을 돌리거나 아래를 보거나 해선 안돼. 절대로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 마. 딱히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지만, 비굴하게 머리를 숙이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강간을 한 것도 아니야. 당당하게 처분을 받도록 해."(p.138)
밝게 빛나지 않는 것은 닭이건, 돼지건, 개건, 함께 있는 존재를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식스티나인> p.226
좋은 성적을 올리고 명문 대학에 진학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 적당한 상대와 결혼하는 것, 그렇게 평균의 삶을 살도록 프로그래밍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라카미 류는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고 외친다. 상상력을 가지고 우리의 삶의 주도권을 쟁취해야 한다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영원히 즐겨야 하고, 밝게 빛이 나야 한다고 외친다.
혹시 지금 당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무라카미 류는 그런 사람들에 유일하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교시절 그에게 상처를 준 선생들에 복수하기 위해 50년도 넘은 지금까지 열과 성을 다해 즐겁게 살고 있는 무라카미 류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하다면 <식스티나인> 꼭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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