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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세계 - 2023 북스타트 선정도서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미나 지음 / 보림 / 2021년 3월
평점 :

이렇게 깊은 울림이 있는 그림책을 발견할 때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거리는 가슴도 함께 마주하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어떤 목소리톤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게 좋을까, 엄마의 말투나 분위기로 이 책에 대해 아이들이 가지는 느낌의 색이 확연히 달라질 것을 알기에 많은 망설임과 고민을 하고난 후에 함께 읽어보았답니다. :)
넓고 깊은 그림책들을 대할 때면 거대한 강가에 아이들과 앉아 강물을 길어올리며, 강물을 마시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강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가 볼 수있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만큼을 천천히 즐기기로 합니다. <조용한 세계> 에 홀로 남겨진 늑대 한 마리, 그 늑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살펴볼까요!?

바다처럼 드넓고 고요한 설원, 생명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곳에 하얀 늑대 한 마리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본래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인데 왜 혼자일까요?

홀쭉한 배, 퀭하지만 형형하게 빛을 발하는 눈, 한 눈에 보기에도 몹시 굶주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늑대처럼 홀로 남은 사슴 한 마리, 늑대는 그 사슴을 사냥하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맙니다. 배고픔과 외로움에 지쳐 옛 친구들과 함께 하던 때를 떠올려보는 늑대, 문득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가장 용감한 늑대는 가장 배고픈 늑대다."라는 말. 늑대는 과연 사냥에 성공하게 될까요?
코로나19로 멈춰진 우리의 시간들, 그 멈춤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절대 멈추는 법이 없이 지속됩니다.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감기에 걸린 아이와 병원에 가기도 하고, 그렇게 삶은 계속되고 있어요. 친구를 모두 잃어 혼자된 늑대와 사슴도 마찬가지입니다. 늑대가 느끼는 배고픔은 때로 외로움보다 더 커져 결국 삶을 살아내게 늑대의 등을 떠밀기도 합니다. 때론 그의 외로움과 슬픔이 더 힘을 내고 용기를 내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요, 이내 배고픔을 채우고 나면 도 다시 외로움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홀로 남겨진 늑대와, 어쩌면 역시 마지막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사슴을 보며 이게 우리의 먼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점차 파괴되고 있는 대자연의 미래 모습 속에 홀로 남겨질 우리의 모습도 보이고요.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우리가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조용한 세계> 어른인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없이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