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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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흔하디 흔한 것 같은 대중가요의 가삿말이 나를 위로해줄 때가 있다. 마음이 힘들거나 겉잡을 수 없는 분노, 고통에 휩싸일 때는 난해한 고전을 펴는 것보다 담담하고 편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이 5년간 베스트, 스테디셀러가 되었던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는 확실히 어렵지 않기에 쉬이 읽힌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이 책의 제목대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스치는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과거형이 되어 가고 있으며 과거형이 되는 순간 희미해져버린다. 이 책은 그런 순간 순간을 담으려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문장으로 담아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일의 나를 그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500일의 썸머>

시간이 지나야만 납득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p.31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샤넬 주연의 영화 <500일의 썸머>는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영화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무언가 위로와 해답을 찾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게 되는 영화다. 나 역시 매 장면,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열광했던 영화이다. 이 영화를 담은 문장도 있어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밀물과 썰물>

당신에게 다가가는 나의 마음이

당신의 기다림에 닿기를.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p.39


<어른이 되는 것 1>

가슴속의 이야기는 그대로

가슴속에 두고 사는 것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p.86


이 책은 작가가 열일곱살때부터 스물여덟의 가을까지 긴 호흡으로 작성한 문장들의 모음이라고 한다.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과거가 되며, 과거가 아스라이 사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며 붙잡아낸 찰나의 문장들이다. 이 스산한 겨울과 어울리는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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