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산문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256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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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형식의 <동물농장>은 출간된지 7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재의 정치 상황을 겨냥한 듯 날카롭다. <1984>는 또 어떤가. 사실을 날조하고 사람들의 언어를 속박하려는 빅브라더는 시대를 막론하고 그 어디에든 존재한다. 이 두 소설을 쓴 조지 오웰의 에세이라니, 그의 내적 세계를 읽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총 21편의 글 중에서도 나는 <책방의 기억>, <어느 서평가의 고백>, <영국 요리를 옹호하며>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과 같은 문장들이 좋았다. 




개선의 첫걸음은 영국 대중이 더 이상 오명을 참지 않는 것이다.


<영국 요리를 옹호하며> p.160




영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아마도 '맛없는 요리'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인조차 영국 요리가 세계최악이라고 인정을 하기도 하고 그 이유를 영국의 기후나 풍토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조지 오웰 역시 '맛이 좋은 요리를 파는 곳을 찾기가 아주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p.160)'라고 인정하지만 영국의 가장 맛있는 요리들은 가정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해명한다. 영국의 모든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을 파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님을, 개선의 첫걸음은 영국 대중이 더 이상 오명을 참지 않는 것이라며 '뼈때리는' 조언을 한다. 조지 오웰이 인정하는 영국요리라니 웬지 정말 맛이 근사할 것 같다.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끔직했고, 나는 내 생각보다 못된 아이였다.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p,337




조지 오웰은 어린 시절, 장학금을 받으며 기숙사학교를 다녔다. 비싼 학비를 내야만다닐 수 있었던 사립학교는 아마도 그에게 미치도록 '즐거웠던' 시절임에 분명하다. 학교의 교장인 샘보는 부모님의 신분에 따라 대놓고 차별을 하고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속물 근성을 그대로 학습한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낯선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를 체벌로 다스리고 수업은 그저 입시대비용 지식만을 주입하는데 연연한다. 조지 오웰은 그 당시 학교생활을 통해 쓸쓸한 외로움, 무력함 등을 깨달았고, 스스로가 지킬 수 없는 규칙이 지배하는 선악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고 회상한다.  그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은 폭력과 부조리에 노출되지만 백지와 같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탓에 그러한 것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가 자신의 오염된 기억들을 제대로 마주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날카롭지만 균형잡힌 언어들로 가득한 문장들! <조지오웰 산문선>



그의 산문들은 요즘 언어로 표현하자면 '뼈때리는' 문장들의 향연이다. 뼈만 때리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 치우치지 않은 잣대의 비판의 문장들로 제대로 뼈를 겨냥한다. 자신의 불행했던 학창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도, 영국의 음식에 대해 논할 때에도 말이다. 조지 오웰은 자신 스스로가 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에만 생명력이 있는 글을 썼다고 자조했지만, 좋은 산문은 창유리와 같다(P.18)는 그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낼 수 있는 힘의 7할정도만 들여 자연스럽게 쓴 듯한 에세이들을 통해서 창유리에 기대선 조지 오웰의 말간 얼굴을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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