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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노경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덕업일치'의 삶은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밥도 나오고 떡도 나온다니 얼마나 짜릿한 삶일지, 단 하루라도 그런 삶을 살아 보고 싶었다. 덕과 업이 불일치한, 즐겁지 않으면서 즐거운 척 가장하여 자기기만적인 삶을 10년이나 살았다. 자그마치 10년, 이제는 나 스스로를 저주와 같은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줄 때가 되었다고 다짐했다. 그런 나에게 '덕업일치된 삶을 위한 가이드'같은 지침서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바로 다섯 명의 도서번역가들이 쓴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이다.
그래도 모두 한목소리로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편집자의 말 중에서
도서 번역을 사랑하는 다섯 번역가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편집자의 말부터 손가락으로 꾹꾹 짚어가며 읽었다. 그 어떤 문학작품을 읽을 때보다 가슴 떨리고 설레었다. 도서 번역의 최전방에서 온 몸으로 그 일을 즐기고 있는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웃고 또 때로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그녀들에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저는 상당히 먼 길을 돌아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p.31
다섯 분들의 글이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바로 노경아 번역가님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그녀처럼 먼 길을 돌고 돌았기 때문에 그녀가 말하는 '내가 버린 가능성'이라는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던 나는 대학교 4학년 1학기까지만해도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엔 아마추어 중국어 통역가로 아르바이트를 구해 높은 페이를 받기도 했었고 그 때마다 내가 소통의 징검다리가 된다는 사실에 엄청난 희열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아니면 말지 뭐~'라며 응시한 회사에 서류합격을 통보받았고 그렇게 1차, 2차, 3차 게다가 마지막 임원진 면접까지 합격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회사생활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중에 번역가나 통역가가 되었을 때 뭔가 도움은 되겠지 라는 짧은 판단으로 회사원의 삶으로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수많은 '만약에'이라는 가정을 달고 살았다. 내가 만약 장난삼아 입사 지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1차 면접을 보러가지 않았더라면? 그냥 계획대로 통번역대학원 입시준비를 시작했더라면? 등등 말이다. 노경아 번역가님이 먼 길을 돌아 번역가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먼 길을 돌아온 나 역시 한 손엔 이 책을 들고 번역가의 길 초입에 서 있다.
즐겁고도 당당한 도서 번역의 세계
- 책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만큼 기쁜 일이 또 있겠습니까?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p.61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의 다섯 번역가들은 필터없는 실제 번역가의 삶에 대해 알려준다. 프리랜서로서의 고충, 막 일을 시작했을 때의 실수담 등 더없이 현실적인 번역가들의 삶을 들여다보아도 그녀들의 대열에 끼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는 내가 번역가 지망생으로서 한 발 전진할 때인가보다. <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에서 얻은 많은 팁 덕분에 네이버카페 <주간 번역가>에 가입했고 아카데미에 가입했으며 <번역의 탄생>을 다시 펴보기 시작했다. 도서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아니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잔잔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한 이 책은 누군가의 따끔한 충고나 따뜻한 위로보다 더 큰 위안와 자극제가 되어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