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타공인 중드덕후(중국드라마 매니아)다. 한국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지만 중국드라마는 현대극, 고장극, 추리물 등 장르를 가리지도 않고 50부작이 넘든 70부작이 넘든 며칠밤을 새서라도 다 챙겨보는 그야말로 덕후다. 그런 나에게 중국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한다면 몇 개의 드라마를 추천하건간에 <환락송>은 맨 처음 내 입에서 나오는 드라마이름일 것이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최애드라마 <환락송>의 원작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환락송>은 그냥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물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중심이기는 하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를 구원해주니까, 우리네 삶이 얼마나 팍팍하건, 불행하건, 지옥이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에 겨우 발 디디고 있든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항상 우리를 잠시나마 불행을 잊게 해주니까, 환락송 22층에 있는 5명의 주인공들이 사랑에 목숨거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환락송>은 5가지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를 가진 5명의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이자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등장하는 'To ode to joy'를 이르는 말이다. 능력있고 뛰어난 외모와 몸매를 가졌지만, 뛰어난 외적 조건만큼이나 어두운 출생의 비밀과 과거를 가진 앤디, 재벌상속녀에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환락송 22층의 평화를 자주 깨뜨리지만 알고보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의리녀 취샤오샤오, 무탈한 가정에서 태어나 조용한 성격의 관쥐얼, 행동파 추잉잉, 그리고 제발, 부디! 앞으로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 판성메이까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안나까레니나의 도입부 문장처럼 다섯 주인공들의 행복은 어느 정도 비슷해보이지만 불행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다섯 주인공들은 다섯가지의 불행을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