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자타공인 중드덕후(중국드라마 매니아)다. 한국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지만 중국드라마는 현대극, 고장극, 추리물 등 장르를 가리지도 않고 50부작이 넘든 70부작이 넘든 며칠밤을 새서라도 다 챙겨보는 그야말로 덕후다. 그런 나에게 중국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한다면 몇 개의 드라마를 추천하건간에 <환락송>은 맨 처음 내 입에서 나오는 드라마이름일 것이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최애드라마 <환락송>의 원작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환락송>은 그냥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물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중심이기는 하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를 구원해주니까, 우리네 삶이 얼마나 팍팍하건, 불행하건, 지옥이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에 겨우 발 디디고 있든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항상 우리를 잠시나마 불행을 잊게 해주니까, 환락송 22층에 있는 5명의 주인공들이 사랑에 목숨거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환락송>은 5가지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를 가진 5명의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이자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등장하는 'To ode to joy'를 이르는 말이다. 능력있고 뛰어난 외모와 몸매를 가졌지만, 뛰어난 외적 조건만큼이나 어두운 출생의 비밀과 과거를 가진 앤디, 재벌상속녀에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환락송 22층의 평화를 자주 깨뜨리지만 알고보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의리녀 취샤오샤오, 무탈한 가정에서 태어나 조용한 성격의 관쥐얼, 행동파 추잉잉, 그리고 제발, 부디! 앞으로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 판성메이까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안나까레니나의 도입부 문장처럼 다섯 주인공들의 행복은 어느 정도 비슷해보이지만 불행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하지만 다섯 주인공들은 다섯가지의 불행을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더 슬픈 건 사랑에 얼마나 빠지느냐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는 거야.

<환락송1 늦은 밤, 피나 콜라다> p. 410

'사랑할 때는 많이 빠질 수록 상처도 많이 받지. 더 슬픈 건 사랑에 얼마나 빠지느냐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는 거야. 모든 결과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그 순간에 결정돼.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랑할지는 다 운명인 거야. 무슨 짓을 하던지 다 사소하고 부질없어. 물론 서른 살에도 집순이로 살고 있는 실패자인 내가 하는 말이니까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환락송1 늦은 밤, 피나 콜라다>p.410)

집안의 가장으로, 버는 족족 사고치는 오빠의 뒷처리를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빠에게 집까지 사준 판성메이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틈이 없다.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벌어놓은 돈없이 셋방집을 전전하고 있고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혼남이든 불륜남이든 연연하지 않고 돈많고 조건좋은 남자를 만나려 하지만 결국 왕바이촨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 판성메이의 말처럼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랑할지는 다 운명인 것이다. 다섯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마음이 달달해지기도, 그들의 불행에 함께 눈물짓기도 하며 500페이지가 넘는 <환락송1 늦은 밤, 피나 콜라다>을 단숨에 읽었다. '좋은 친구는 온천과 같아서 뻣뻣해진 몸을 담그면 온 몸의 신경이 행복하게 깨어난다.'는 말처럼 서로에게 따뜻한 온천처럼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위로해주는 다섯 친구들을 보면서 내 마음도 따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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