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계가 끝장이 나고나서야 비로소 집착, 질투, 미움의 감정을 내려놓곤 한다. 감정에 사로잡혀 어두웠던 시야가 그제서야 밝아지기 때문이다. 비단 사랑에서뿐만 아니라 친구사이나 동료사이에서 생겨난 오해로 관계가 소원해질 때에도 마찬가지다. <구미호 식당>의 호텔 쉐프 이민석과 열다섯살인 왕도영은 급작스런 죽음을 맞게 되었고 서호를 만나 피 한모금과 죽기전 49일이라는 시간을 맞바꾸게 된다. 죽기전 주어진 시간, 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10대인 도영은 49일이라는 시간이 필요치않았다. 피붙이라곤 할머니와 형뿐인데 그마저도 사랑이라는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이름만 가족이라는 관계였다. 그러나 호텔 쉐프였던 민석은 꼭 돌아가야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서지영을 만나야만 했다. 민석은 도영을 설득해 함께 돌아가기로 했고 구미호 식당을 열어 사연이 있는 '크림말랑'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SNS로 홍보하며 그 사람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도영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술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이복형과 도영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속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할머니탓에 보기만 하면 괴롭히는 이복형때문에 마음의 골은 깊어져 가던 중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이민석은 결혼을 약속한 서지영을 사소한 오해로 의심하던 중 미행까지 하게되고 차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었다. 사랑의 모습엔 조각달 모양, 반달 모양, 보름달 모양 다양한 모양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 무엇이건 세상엔 다양한 모습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고 사랑의 모양도 다양하다. 다르다고 해서 같은 모양의 사랑을 강요할 수도 없다. 마음은, 사랑은 붙잡아 매어둘 수 없는 조각달과 같기에. 나는 윤회를 믿는다. 전생과 사후세계, 중간 세계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구미호 식당>이 재미있게 읽혔다. 문득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다고 회상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모두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도 있지만 공평하게 사랑을 주고 싶어 엄할 때가 많았는데. 혹시 도영이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뜬금없이 걱정이 되었다. 오늘부터는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어야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구미호 식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