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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 살아남았으므로 사랑하기로 했다
김현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그녀가 직접 걸어온 인생 속에서 그녀가 직접 경험해 체득한 것, 그것들이 축적되어 이룩한 신념 등 조금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을 만날 때마다 "왜 그녀는 이 책을 써야만 했을까?"라고 생각해보곤 했다. 그녀에게 정치적인 신념이나 가치관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신념과 정치관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단했던 그녀의 삶 속에서도 잊지 않고 치열하게 미워하면서도 또 기다렸던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가족에 대한 증오를 내려놓기 위해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눈물로 써내려간 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그 어머니를 대신해 오랫동안 아버지를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충격으로 정신병을 앓고 자살까지 하기도 했다는 그녀에게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돌보기한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 후 그녀는 그 기억을 풀어내기 위해 <등대로>라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본다면 좋을 듯하다. 이쁨받던 고명딸에서 자신을 버리고 월북한 아버지때문에 순식간에 '빨갱이'로 전락하고 목숨이 위협받기도 부지기수였고으며 단 하나 남한에 남은 혈육인 이모는 자신을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 세상에 마음 둘 언덕이라곤 하나 없는 어린 소녀의 일생은 클리셰하고 다소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를 탓하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환경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 논하는 것, 그 한맺힌 부르짖음은 읽어내리기 어려운 정도는 아닌 듯하다.
나는 나의 아버지와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둘의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이기도 하고 항상 대화의 마무리는 "넌 뭘 모르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냐?"라는 아버지의 분노와 함께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정치색이 어떻든간에 또 아버지가 무슨 무논리의 궤변을 늘어놓건간에 그것이 내 아버지라는 이름을 퇴색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리아 그녀는 격동의 근현대사의 파도에 휩쓸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정치색에 상관없이 고된 삶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며 땀흘리며 살아온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이제 모든 분노와 미움과 슬픔을 내려놓고 남은 가족과 사랑만 하며 살게 되시길 조심스레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