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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 짐 로저스의 어떤 예견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오노 가즈모토 옮김 / 살림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덮으며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솔직한 서평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로 한 동안 고민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서평을 작성할 것인가는 미리 스포는 하지 않겠다. 일단 이 책은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수익률 4,500%에 달하는 투자의 귀재가 쓴 책이니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엇에 투자해야할지를 알게 될 것이라는 희망은 절대 금물이다. 전에 다니던(현재 휴직중이긴 하지만) 회사의 월례강연회나 조찬모임 등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듣던 딱 그 정도의 내용이니, 너무 큰 기대는 말고 차 한잔 하면서 후루룩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여러 경제 자료나 경제 지표들, 그래프들을 치밀하게 분석했다기 보다는 다소 주관적인 내용이 많다. 투자가나 금융가보다는 역사가로 불리길 원한다는 대목에서부터 뭔가 정량적인 분석보다는 정성적인 분석에 치중하겠다는 느낌이 다분히 들었는데 읽다보니 정말 그랬다.
책을 읽다가 몇 군데에서 폭소를 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문장이 바로 "만약 당신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삼성병원에서 태어나서 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였다. 그만큼 재벌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보다라고 넘겼지만, 이미 터져나온 웃음은 어쩔 것이냐! 실제로 짐 로저스를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라는 주제로 한 강연회나 조찬모임에 참여해 이런 내용을 청강했다면, 혹시라도 강연 말미에 "질문있습니까?"라는 말에, 예상컨대 청강 인원 중 절반이상이 손을 들었을 것이다.
아베가 일본을 망친다든가, 통일된 한국은 최고의 투자처라든가, 무역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없다는 등의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특히나 기대했던 챕터인 'AI등장으로 사라질 산업, 성장할 산업'에서는 정말로 머리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골드만삭스 증권 중개인이 600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고객의 요청대로 주식을 팔고 사고 하는 등의 단순업무를 하는 직업군은 축소가 가능하다.(노조의 반대만 없다면) 하지만 은행이 노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한다든가, 젊은이들이 은행에 갈 일이 절대 없다든가 하는 것은 금융산업과 제조업, 무역업 등이 엮인 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월말, 연말, 각종 세금납부만기일이 되면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에서 처리가 가능함에도 은행창구는 미어터진다. 노인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업체의 직원들이 창구에 서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언젠가는 은행 점포가 대거 축소되고 은행원들 인원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내지 10년안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짐 로저스가 말한 cashless와 대동소이한 paperless화가 금융산업내에서 많이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수출입 관련 수입신용장, 선적서류 등은 아직까지도 국제적으로 종이서류로 오고가고 있다. 이 종이서류들을 AI가 처리하려면 아직은 좀 AI의 기술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만약 이 대금지급서류들이 모두 전자화된다면 가능성이 있다. 허나 10년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던 e-UCP하에서 모든 수출입서류를 전자문서화하자는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도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 갈길이 멀다 싶다.
'자신을 편견에서 해방시켜라.' 짐 로저스가 이 책의 마지막에서 한 이야기이다. 우리도 편견을 버리자, 짐 로저스에 대한 그 어떤 편견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