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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세 아이가 잠든 새벽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조용하기도 하고 아무 간섭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출할 땐 컵라면에 끓인 물을 넣어 한 손으로는 면발을 집어 흡입하며 또 다른 손으로는 책을 들고 읽는다. 먹는 행위와 읽는 행위가 동시에 가능할정도로 컴팩트한 사이즈와 두께에다 대공감되는 문장들로 가득찬 <편집자의 마음>은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눈도 뜨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채로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점차 나은 존재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러 의미에서 나약한 존재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 첫 출근의 날을 기억해 본다. 며칠 사이에 대학생에서 회사원이 된 나는, 그 짧은 시간의 간극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많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이 생겨버렸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회사는 신입사원을 위한 약 7주간 업무교육 등의 연수를 제공했지만 그 연수 후 첫 출근날부터 아마 오랫동안 내가 혼자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회사는 모르는 업무도 스스로 알아서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이는 그 어느 회사나 동일하지 않을까?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배우는 곳이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눈물짓는 날들이 많았고 상사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훗날 200여명의 회사동기 중에 나와 같은 성장통을 겪는 사람도 많았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좀 미리 알았다면 서로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고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아니면 <편집자의 마음>과 같은 책이 그 때에도 있었더라면 좋았지 싶다. '신입 시절에 겪는 수 많은 서툶은 수사와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서툴다는 이유로 모멸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신입 시절은 언젠가 지나간다'는 만고의 진리를 막상 신입일 때는 알면서도 간과하게 되는 때가 있다. (p.28)

이렇게 정신없는 신입시절이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되면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빚을 갚고 생활비로 충당하며 하루하루 쳇바퀴 돌듯이 살아간다. 가끔 답답할 때는 비행기 표를 끊고 해외 어디로 며칠간 도피하듯 여행을 떠난다. 이런 생활이 몇 년 지속되다가 예상치 못한 특정한 사건을 만나면 멈칫한다.'(p93) 그러는 사이 슬럼프가 찾아온다. 이렇게 무력감이 나의 온 몸에, 생활에 깔릴 때 외우면 좋을 법한, 이 책이 알려준 마법의 주문. '이거 못 한다고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 하는 만큼 해보고 안 되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 정도 했으면 되었다는 생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야한다는 것(p94), 꼭 기억하자.
<편집자의 마음>의 저자는 지금까지 여섯 개 출판사를 다녔다고 한다. 두 달 만에 '쫓겨난'곳부터 8년동안 근무한 회사까지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고 폭언, 무시 등으로 회의감에 빠졌던 일화들을 기술하고 있어 많이 공감되고 힐링도 되었다.
이 책은 편집자가 되고 싶거나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회사에 갓 입사해 매일 실수 연발인 신입이나 슬럼프에 빠져 하루하루가 숨에 차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읽어도 좋을 문장들이 많다. 답답하고 갈증나는 일상에 지친다면 이 책으로 잠시나마 목을 축이며 한 숨 돌려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