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3
김고명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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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크건 작건간에 샐러리맨이 일하는 풍경은 대동소이하다. 파티션으로 효율적으로 나뉜 네모박스안에 컴퓨터와 사람이 2인(?) 1조가 되어 앉아 있고 직급이 높은 사람은 감독이라도 해야한다는 듯 파티션 바깥으로 나와있다. 정수기나 음료수가 비치되어 있고 공용 프린터기와 팩스기기가 구석에 비치되어 있다.

번역가가 일하는 풍경은 어떨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 마음에 봄바람이라도 분 듯 설레는데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여유로이 커피를 마시며 일할 수 있다니, 내 마음대로 일어나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니, 온 몸에 전기가 온 듯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사실, 번역가의 삶이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롭지 않다는 건 여러 루트를 통해 알고는 있다. 마감에 허덕이느라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것은 부지기수이며 번역료가 제 때 들어오지 않는 것도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으면 마냥 손가락만 빨아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가는 일이다. 마음이 동하는 일이기에 번역가의 현실적 모습에 핑크색 설레임이 덧칠해져 더욱 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등의 책을 번역한 김고명 번역가님은 12년째 번역가로 '생존 중'이라고 했다. 작가 소개글을 읽다가 다시 백트랙했다(ㅋㅋㅋ) '생존 중'이라는 말이 처절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존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인거다, 번역이라는 것이!!

솔직히 이 일 권하고 싶지 않아.

이거 돈도 명예도 안 따르는 일이야.

나중에 결혼도 못 할 수 있어.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저자가 2007년 번역을 배울 때 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가가 되었고 이 책을 쓰셨다. 그리고 이 책에는 번역가로서의 삶,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좋은 번역물을 내놓기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담겨 있다.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초보 번역가라면 꼭 보아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행운의 여신은 뒤통수가 대머리라고 한다. 그래서 나한테 달려올 때는 확 잡아챌 수 있지만 이미 지나가고 난 후에는 잡고 싶어도 잡을 머리칼이 없다고. 행운의 여신이 언제 달려올지 모르니 그 전에 실력을 다지며 준비해야겠지?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원서를 많이 읽고 글을 써보는 등의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고, 25분씩 집중하고 5분 쉬는 집중력을 최대치로 사용할 수 있는 뽀모도로 작업방식, 메모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사용하는지도 나와있어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여러 분야의 프리랜서가 참고하면 좋을 내용이 많았다.

그래도 번역가 준비생이나 초보 번역가에게 꼭 추천하는 이유! 번역시 검토는 몇 번을 하는 게 좋은지, 소프트웨어는 어떤 게 걸 쓰는 게 좋은지, 일감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멘탈관리를 하면 좋을지 등 초보 번역가를 위한 특히 출<초보 출판번역가 매뉴얼>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겐 훌륭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사수'가 존재한다. 또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상세히 밝혀둔 업무를 위한 규정집 및 여러 내부통제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섬같은 번역가에겐 그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항상 공급초과상태인 번역가 시장에서는 일할 준비가 된 번역가가 무수히 많을 테니 말이다.

12년동안 나름 삽질하고 습득했을 번역가로서의 지식과 노하우를 정성껏 기술한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라고 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좋아하는 일로 이기는 사람이 되는 것,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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