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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 제40회 일본 문예상 수상작
이쿠타 사요 지음, 김난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최근 일본소설들이 무척 많이 눈에 띤다.
그만큼 수입을 많이 하는 것인지, 또는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내 작품들에 대한 식상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네들의 감성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특히 젊은 작가의 작품들이 그렇다.
바로 며칠 전에 나온 <오아시스>는 독특한 작품이다. 작은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으로 일본인들이 유명하다지만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그것들 사이에 실낱 같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감정선을 다스리는 재주 또한 탁월한 듯하다.
표지 부분에 있는 카피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엄마를 대형쓰레기라고 표현한 것 말이다.
아직까지 엄마,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신성불가침한 영역이어서
아무리 막돼 먹은 자식이라도 엄마만은 함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내 상식이고, 일반 사람들의 상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엄마를 두고
대형 쓰레기라니, 이런 선입견을 앞세워 읽어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윤리의식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 특히 혈연관계에 있어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형 쓰레기 엄마는 가슴 아픈 현실, 아련한 과거의 기억, 그리고 더 나아가
얼마 전에 죽은 친구에 대한 슬픔의 역설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는 주인공의 행위들은 아주 사소하게 묘사되고,
하는 일 없이 집안에만 죽치고 있는 무능력해 보이는 엄마를 바라보는
딸 둘의 시선은 건조하다. 메말라 있다. 그런데 촉촉하다.
다 읽고난 후에 오아시스, 그 촉촉함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엄청 큰 스케일의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진 않지만 사건들을 통해 전달되는
잘 정리된 감정 표현은 이 작품의 큰 매력일 것 같다.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이런 글쓰기에 능하다.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