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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줄곧 궁금했던 것,
대체 '들돼지'가 뭘까.
아마 이 책을 읽어보려고 마음 먹은 것도 그런 동기 때문 아니었을까.
'멧돼지'도 아니고, '산돼지'도 아니고, '집돼지'도 아니고,
'들돼지'가 뭔가. 너무도 생경하지 않은가.
들에서 키우는 돼지인가, 들에서 사는 돼지인가, 대체 왜 들돼지라는 말인가.
답은 간단했다. 주인공이 프로듀스하는 대상, 그의 이름이
들돼지였던 것이다. 쳇,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겨우 그까짓 별명 정도로
거창하게 표지를 장식했단 말인가. 뭔가 분명 더 있을 것이다.
들돼지는 즉 우리나라의 '왕따'쯤 된다. '따'라고도 하던가.
그 말 또한 처음 등장했을 때 얼마나 생경했던가. '따'라니, 따돌림의 준말쯤 되겠지만
정말 '따'는 '따로 도는(노는)' 말 같았다. 들돼지 역시 마찬가지다.
들돼지란 말은 따로 논다. 단어 자체가 '따'다. 그러고보면 이 얼마나
딱 들어맞는 말인가.
하나 더,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느꼈던 것은 '위화감'이었다.
주인공은 들돼지를 조종한다. 들돼지뿐만 아니라 또래, 혹은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까지
그 심리를 조종한다.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인간의 심리를 모두 들여다보듯, 혹은 비웃듯, 물론 마지막에선 그 모든 것이
여지없이 무너지지만 그러한 전지적 시점이 시종 불쾌했던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갖고 놀 순 없다.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난다.
그 위화감과 비슷했다. 그보다는 소설이 훨씬 가볍긴 하지만.
아무튼 꼭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