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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규칙 - 5천 년 중국, 숨겨진 부패의 역사
우쓰 지음, 도희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사로잡혀 있던 감정은
벌레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개운치 않은, 불길한,
그리하여 급기야 더러운 그것이었다.
뭐 그렇다고 딱히 내가 깨끗한 놈도 아니고,
혹시 누가 흘리고 간 동전 몇 푼이라도 길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못 본 체 할 위인도 못 되는 처지에 말이다.
책을 덮은 후에야 범부인 나조차 그런 감정에 휩싸일 수 있었던 원인은
역사의 도도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더러운 역사일지라도, 부패의 역사일지라도 그 무게는 실로 엄청나
반드시 그 인과관계를 후대에 남겨준다는 교훈,
관료들의 더러움에 치를 떨면서도 차라리 새까만 어둠속에서 환한
갈길을 찾듯 어떤 한 점이 보였던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그것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박학은 물론이고 그 방대한 자료,
그리고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겉표지에도 나와 있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 유언은
그래서 더욱 처절하다.
조종을 볼 낯이 없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신체는 훼손해도 좋으니
백성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도록 하라는 자기 반성,
우리는 여전히 그러한 고위직의 참회를 듣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