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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 2 - 순환기내과 편
슈호 사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또 마음에 드는 만화를 만났다. <헬로우 블랙잭> 원제는 Say hello to BLACK JACK..
만화를 많이 안본 사람이라면 블랙잭 하면 카드게임을 생각하겠지만, 블랙잭은 일본 만화의 대부 데츠카 오사무가 창조한 유명한 만화의 주인공이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외롭게 혼자 자신의 길을 걷는 천재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물론, <블랙잭>도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그림체는 역시 1960~70년대 풍이지만, 철학적 깊이가 있는 내용이 정말 걸작이었다.
이 만화 <헬로우 블랙잭>은 21세기의 의료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만화이다. 이미 일본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역시 그럴만하다. 우리나라의 말랑말랑한 드라마들처럼 의사를 병원을 무슨 아름다운 로맨틱한 공간으로 그리지 않은 점이 좋다. 우리나라에도 무수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병원을 다루웠지만, 대부분 사랑놀음에 빠져있거나 괜히 문제의식이 있는 척하더라도 척 봐도 쥐뿔도 모르는 원리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거나... 알량한 의학용어만 남발하며 분위기만 잡는게 다였다. 의사들이 봐도 저런건 말도 안돼하고 치부하기 좋고, 나같은 사람이 봐도... 짜증만 나게... 그저 뭣 모르는 어린애들보기 딱 좋은 스타일인데 반해...
이 만화는 정말 일본 의료 현실이 처한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그릴 수 있는지, 역시 일본 만화는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보험 수가에 따라 움직이고, 대학병원이라는 권위에 얽매여 사는, 의국이라는 조직, 그리고 파벌에 따라 움직이는 병원의 실태 속에서 갓 인턴이 된 한 의사의 고민을 그리고 있다. 당연히 말랑말랑한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아 그런점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빠져들게 된다.
비록 일본이 처한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 만화에서 그리고 있는 문제와 전혀 다르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오히려 일본은 우리보다 그래도 나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지금도 한겨례에서는 의사들과 공대생들이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고 싸우고 있는데... 이 만화를 모든 의사들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의사인 친구놈에게 이 만화를 읽히고 한번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