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다 ㅣ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1 ‘걷다’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원주 소금산 길을 실컷 걷고 읽었다.
나에게 이번 여행의 걷기는 가족, 휴식, 추억이었다.
이야기마다 걷는 행위가 어떻게 읽히는지 찾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단연 이주혜 작가님의 ‘유월이니까’.
나, 너, 공원의 파란 날개 여자, 공원의 남자, 그리고 그의 아내인 연.
무덤을 서성이는 여자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지 못했던 남자의 이야기.
‘연줄’ 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직접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니 아름답고 놀랍다.
파란 날개 옷을 입은 여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내 모자란 독해력으로는 이 심오함을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누군가와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졌다.
✏️여자와는 하루에 세 번 스칠 때도 있었고 일곱 번 스칠 때도 있었다. 한마디로 예측할 수 없었다. 아니, 예측하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여자가 트랙에 들어서는 시간과 달리는 속도는 일정했으므로 여자는 상수에 해당했다. 변수는 나였다. 내가 몇 시부터 트랙을 도는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걷는가, 몇 바퀴를 도는가가 늘 달라졌으므로 언제나 내가 변수였다. 너를 사랑하고 너와 같이 살고 너와 함께 미래를 계획할 때 변수는 늘 너였고 나를 상수를 자처했기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변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뻐서 밤마다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흘낏거리며 트랙을 돌고 또 도는 건지도 몰랐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 아내입니다. 아내가 날아가지 않게 여기 연줄을 꼭 붙잡고 계시면 됩니다.
✏️다. 살려고. 기를 쓰고. 걷고. 뛰는 거예요. 죽으려고. 아니고. 살려고. 죽겠으니까. 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