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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계절이 지나가 ㅣ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김주임 지음 / 고래뱃속 / 2021년 8월
평점 :
답답한 마음
길을 잃은 손과 발
무엇이고 되지 않는 나
열살 즈음의 나와
마흔 즈음의 나는
또 겹쳐집니다.
온 몸에 추를 달고
한없이 한없이
심연의 저편으로 가라앉을 즈음
답답한 마음에 오래전에 그렸던 그림을 뒤적이다
나뭇잎 한 조각을 발견했어.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깨달았지.
그래서 이곳을 떠나기로 한 거야.
안녕! 나의 작은 세계
- 본문 중에서
그림 그리던 소녀는
숲으로 향합니다.
숲에서도
길을 잃습니다.
구비구비 많은 길,
소녀는 길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오래된 나무가
평생 그곳에 살아 숲을 꿰뚫고 있는
오래된 나무가 이야기 합니다.
"네가 원하는 곳을 모른다면 알려줄 게 없어."
또다시
길을 헤메는 소녀.
하지만
숲은
소녀의 작은 세계,
마음 무겁고 답답한 그 곳과는 다릅니다.
소녀는
소녀의 소유가 아닌 넓은 세계에서
춥건 덥건 두리번 두리번 거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소녀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가지 계절을 머금은
숲, 나무들의 소리를요.
웃고, 춤추고, 노래하고, 생각하며,
나무가 나무답게 살아가듯
소녀도 소녀답게 살
길을 찾습니다.
숲을, 나무를, 자신을.
약속된 시간의 삶을
잊지 않도록
잊히지 않도록
여백 가득
빼곡히 담는 과정의 길을 말이지요.
옆에서 보고 있던
나의 아이가
책 속 나무를 보고,
이야기 합니다.
"나무는
지금 살아가는 시간이에요?
죽어가는 시간이에요?"
24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수명,
저마다 길이가 다른 시간.
그러나 끝이 있다는 건 변함없는 시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자리에서 온 몸으로
시간을 마주한 나무들처럼
계절 사이 사이
휙하고 과거가 되어버리는 현재의 시간을
나다움으로 나의 방식으로
잘 품는 시간, 잘 섞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겠어요.
숲이 있어, 나무가 있어
안도하는 계절.
그런 나를 의식하는지
발그레 볼을 붉히는 나무를 보며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
말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