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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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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 플로렌스 그린.
바닷가 마을 하드러버의 오래된 건물 올드하우스를 매입해 마을에서 하나 뿐인 서점을 열게 된다.

서점은 준비 과정부터 순탄치 않다.
유산이든 재산이든 무엇하나 없는 그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반대세력도 있다.
서점 아닌 예술센터를 열기를 원하는 가맛 부인.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편견과 소문과도 싸워야 했다.

플로렌스 그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연 이유는 단 하나,
자가다움으로 이 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것, 삶의
증명을 위해서 였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의 얼마 되지 않는 유산에 의지하여 8년 넘게 하드버러에서 살아온 플로렌스는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가능하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P8

플로렌스 그린은 서점을 운영한다.

낡고 오래된 올드하우스를 고치고,
서점 점원으로 열살 크리스틴 기핑을 고용하고,
귀신 래퍼까지 등장하는 (귀신들린) 올드하우스에서 꿋꿋하게 서점을 운영한다.

중간중간 책방지기로서 당시 서점의 서가를 꾸려가는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문장도 즐거웠다.

신간은 열여덟 권씩 갈색의 얇은 종이에 포장되어 있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의 사회적 서열이 자연스레 정해졌다. 저택 서재에 꽂혀있을 법한 화려한 무늬의 묵직한 양장본과 서퍽 교회 관련 책과 정치가의 회고록 등은 그러는게 당연한 권리인 듯 맨 앞 쇼윈도에 진열되었다. 그다지 귀족적이지 않아 웬만한 서점에서도 볼 수 있는 책들은 선반 중간쯤에 놓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선반에는 쉽게 팔리지 않을 법한 책들을 나란히 꽂아놓았다. 대부분 철학서나 시집으로 일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킬 게 뻔한 책들이었다. P72

책의 사회적 서열.
책방지기는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지만
그 가치에는 상업적 가치까지 고려해야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올드하우스 서점은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받지만,
플로렌스 그린을 서점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가맛부인의 영향력 아래서 버티기 어려워진다.

플로렌스 그린은 또다른 지역의 유지, 브런디시를
찾아간다. 그녀를 이해해주고, 문학적 교감을 하는 브런디시지만, 결국 그도 죽고 만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옳고 그름에 댁만큼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지 않아요. 물론 롤리타는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이더군요. 하드버러 사람들에게 팔아도 될 겁니다. 작품을 충분히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상관 없어요. 모든걸 이해하면 정신이 나타해지기 마련입니다."p163

"저는 무엇보다 인간이 지닌 미덕, 궂이 미덕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겠으나 아무튼 지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것은 바로 용기이지요. 그린 부인, 댁은 용기가 아주 대단한 사람입니다." P165

"구태여 걱정 속에 파묻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으니까요."p166

플로렌스는 법률위반을 명목으로 강제 퇴거를 당하고, 8년 이상을 살았던 바닷가 마을을 떠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선한 의지와 악한 의지의 싸움에서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플로렌스의 삶의 가치라는 선한 의지와
가맛부인의 삶의 가치라는 선한 의지의
싸움(가맛부인에게선 자신이 선이기에)

의지보다는 힘이 우세했다.

이상하게도 이 결말이 허탈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타까울 뿐. 적어도 플로렌스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행동을 관철했으니까.

이야기는 막이 내렸어도
그녀의 자기 증명은 계속 되리라 믿는다.
영화 북샵은
책의 아쉬움을 메꾸듯 꼬마 서점지기 크리스틴을
더 등장시킨다. 마치 그림책 바닷가 아뜰리에의 주인공처럼.

북샵을 꿈꾸지만
고민보다 Go할 수 없는 고민들이
북샵 안에 그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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