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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살던 너구리 ㅣ 돌개바람 45
최이든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10월
평점 :
동물원도 놀이공원도 아닌
아무것도 볼 게 없고, 시시한 창경궁.
눈으로
창경궁 체험학습일이 취소되어
해원이는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한 술 더 떠
눈이 더 내려
방학까지 주욱 학교에 안 갔으면 하고 소원을 빕니다.
그때
창문 너머로 ‘콩콩콩’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소리의 정체는 너구리.
덩치는 고양이만하고,
갈색 털에 검은색 줄무늬의 늙은 너구리였습니다.
거기다 말 하는 너구리
백 살 먹은 너구리였습니다.
호기심 반, 의심 반
해원이는 너구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어디서 살았냐고? 그러니까, 흠……. 내가 살던 곳은 창경궁이지.
아니, 창경원이라고 해야 하나? 이거 원 헷갈려서?“
“엉터리. 100년이나 더 살았다면서 동네 이름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그리고 ‘창경원’이 어디 있어. ‘창경궁’이겠지……요." p22
너구리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909년 일제강점기 창경궁을 헐어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만듭니다. 왕들이 있던 신성한 장소를 구경거리로 만들어버렸지요.
“그럼 그때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처음 생긴 거네요? 우와!”
“우와! 는 얼어 죽을! 감히 궁궐을 부수고 동물원을 짓겠다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속셈인 걸 누가 몰라!” p35
할머니가 살아온 역사를 손녀에게 말하듯
너구리는 해원이에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나라를 없애고,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인처럼 부려 먹으려고 했단 말이지.” p38
너구리는 식민지를 살아온 역사의 산 증인이자
창경원 안의 동물원에 사육되었던 동물의 시선으로 그 당시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처음 보는 동물은 사자뿐 만이 아니었어. 낙타, 코끼리, 하마 같은 동물들을 외국에서 마구 데리고 왔다니까.” p44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피난을 가지만
동물들은 도망을 갈 수 없던 상황.
동물들이 탈출하게 되면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동물들은 독살 당합니다.
물론
양심 있는 사육사들이
초식 동물들의 우리는 열어, 탈출을 돕지요.
전 조금 놀랐어요. 전쟁 때문에 동물들까지 힘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거든요.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p61
산에서 재회했던 곰은,
1954년 다시 개방한 창경원에 갇히고,
그 후 서울 대공원으로 옮겨집니다.
“원래 궁궐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게 맞지 않겠냐? 빼앗긴 나라도 되찾아온 마당에 당연한 일을 한 거지.”
우리나라를 왜 일본이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지 약이 올랐어요. 빼앗긴 나라를 못 찾았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요? 너구리처럼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녔을지도 몰라요. 생각만 해도 끔찍했어요. P70
이야기를 다 마친 너구리는
다시 창경궁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여기저기 떠돌았더니 영원히 잠들고 싶은 곳은 고향이더구나.“ p80
단순한 감정 다툼이 아니라
불과 몇백년 전 우리나라, 우리 국민에게 일어났던 사실을 제대로 알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를 느껴 읽게 된 책입니다.
아이와 역사에 관해, 나라간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 하다 막힐 때가 있습니다.
내가 확실히 알지 못하거나, 내 스스로 정리가 안 되어 있거나, 내 감정이 먼저거나,
어른의 말과 어른의 시선으로 이야기 할 때 그렇지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일어난 사실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진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과거를 제대로 알고, 현실을 점검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
그래서 엄마도 아이도 역사와 가까워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야. 눈으로 보지 않으면 통 믿으려 하지 않으니.” p22
"세상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다.“P82
“내가 이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려고, 긴 세월을 살아온 모양이구나."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