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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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한국 음식에 관한 그림책을 읽을 때였다.

아이가 이야기 했다.
“엄마! 나 이 두 사람 알아요!
근데 왜 나라가 다른데, 한국말을 잘 하는 거지요?“

그림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당황하며
아이에게 남과 북은 다른 나라가 아니며,
어떻게 둘로 나뉘게 되었으며
이 두 사람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설명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릴 적
북한의 이미지는 모순 덩어리였다.

‘남과 북은 하나’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숙제로 내 준 반공포스터 속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무서운 존재, 뿔 달린 도깨비였다.

살아가면서
읽었던 글들, 영상들,
잠시 만났던 사람들이라는 경험 속에
우리와 다르지 않는 사람이란 걸 조금은 알아갔다.

그럼
내 아이는?

‘남과 북은 하나’가 아니라 ‘다른 존재, 외국’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어버렸다.

옛 아이들에게 통일은 소원이었다면
요새 아이들은 통일은 무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알고 싶어졌다.
잊혀가는, 무감각해져가는 한국 전쟁과 우리의 역사를 말이다.

역사책이 아닌
그 시간을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p147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좀 더 여쭤볼 걸 그랬습니다.
저는 역사를 가까이에서 들으려 하지 않고 책에서만 배우려 했습니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상상해 보는 과거의 어느 순간.

이향규 박사는
한국 전쟁에, 한국 전쟁의 현장에 있었던 두 젊은이의 삶에 If를 붙였다.

한 사람의 스무살 영국인
한 사람의 열여섯살 한국인

전쟁의 공간(병원선)에 함께 존재했거나
잠시 스치듯 안녕 했을 두 사람의 흔적(Tissue)을 따라갔다.

"어떤 이를,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모습으로 기억해주는 것이 더 존중하는 방법 아닐까요?“ p84

“개인을 그대로 그러냄으로써 전쟁터에 나간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겠네요. 각자 자신의 고민을 가졌던,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던 젊은이요. 제가 이 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마이클 기억하기’라고 이름 붙이게 될지 모르겠어요.” p85

그가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놀랍게도 ‘미소’였습니다. p95

"전사자의 유해를 찾는 것이 ‘빅토리’였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습니다. 저는 오늘 그걸 경험한 것 같아요. 유해를 찾아낸다는 것이, 전사자의 얼굴을 찾아준다는 것이 이른 느낌이군요.“ p101

"나는 평상시에는 메모를 했고, 힘이 들 때는 일기를 썼다“라고요. 전쟁 중에 쓴 일기가 두권, 전쟁이 끝난 후에 쓴 일기가 세권입니다. p126

전시 상황(일기)로
과거의 열여섯 소년(아버지)과 현재의 중년 여성(딸)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이향규 박사와 마찬가지로 슬픔, 설움, 때론 분노에 젖은 소년을 응원하고 있었다.

열여섯살 소년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했던 기도는 “아버지가 도와주었으면”이었습니다. 미래에서 온 제가 알려드릴게요. 소년의 기도는 닿아서, 아버지는 늘 도와주셨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소한과 대한 사이에 길에서 얼어 죽지 않았고, 보고 싶어 하던 작은 누이와 재우형도 무사히 만났고, 옷에 묻은 휘발유에 불이 붙어 하반신이 타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도 사고 없이 무사했을 겁니다. 폭격에도 끄떡없었을 겁니다. p159

기억하는 것.
모든 일의 시작인 그것.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존재했음을, 그들이 살아가며 남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사람들과의 굿모닝(안녕)하고 인사하는 법이
기억이고 화해고 화합으로 가는 길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비단 한국 전쟁 뿐 아니라
훗날 역사로 기억될 지금의 시간 역시
존재 자체로도 증거가 되는 이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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