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로 철학하기
이원진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이원진
우리학교

블랙미러
PC나 TV 디스틀레이 화면이 꺼진 상태

스마트폰의 노예, 스마트폰 좀비, 폰디불이 등
스마트폰이라는 온라인을 통해 연결을 이어가는
우리를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책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만났다.

책의 제목이자
책의 전반에 걸쳐 소개되는 블랙미러는
사실 시즌 5까지 나온 영국의 SF 드라마다.

어릴적 환상특급을 좋아했던 나는
디지털 시대의 환상특급이라 불리는 이 드라마가 흥미로웠다.

작가 이원진은
블랙 미러와 블랙 미러 안에 담긴
디지털 시대, 미래 시대의 화두와 철학적 사고를 연결하고 있다.

스스로 스펙터클에 갇힌 것을 인식하고, 그것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는 것을 안다면 스펙터클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그것을 초인지라고 합니다. 선동되거나 휘둘리지 않고 미디어를 이용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라 봅니다. p26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나의 삶과 대입해 보는 미디어 리터러시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화면으로 가득한 요즘의 미디어를
거리두고 바라보기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야겠다.

공자는 일찍이 두 가지 공부를 나눴습니다.
‘위기지학’(자기를 위한 학문)과 ‘위인지학’(남을 위한 학문)으로요. 자기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 건 위기지학이요. 타인의 욕망을 욕망만 해서는 위인지학에 머뭅니다.
위기지학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위인지학이 되면 그것은 자기를 키워 세계에 헌신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아주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위인지학만 염두에 두면 자기는 온전히 잊히게 되죠. 열심히 길을 걸었는데, 왜 이 방향으로 오게 됐는지 그 질문을 잃어버립니다.…곡식을 갈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맷돌을 찾았는데, 맷돌을 돌리는 ‘어처구니’를 잃어버린 상황과 같죠. p45

아이의 삶에 아이의 미래에 자신을 이입하는 부모들이 많다.
더 좋은, 더 편한 세상 속 아이를 위해 아이 스스로 정해야 할 길을 빨간펜으로 최단거리를 표시해 놓고, 너는 이 길만 걸으면 되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 구절이다.


“마음이 하는 일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폴 발레리는 말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미래를 만드는 것이 쉽다고요.
마음은 기본적으로 예견자요, 기대의 생산자입니다.
영원을 즐기려면, 영원만큼 좋은 세계에 합당한 마음을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p78

좋아하면 울리는 이라는 말처럼
블랙 미러가 울려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느끼고, 마음의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중심주의가 문제가 됩니다.
호모 사피엔스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 호모데우스로 변화하면 사피엔스의 특징이 어디까지 유치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설픈 인간중심주의를 빨리 벗어나는 게 우리 앞에 놓인 과제겠죠. 감정 있는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인간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p128

인간중심주의 아니 생물중심사고(동물권도 중요하니)에만 갇힌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구절이다. 시선의 이동, 시야의 확장을 도와준 구절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가 궁금하다.

우리는 지금 모든 사람이 치밀히 연결된 초연결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그 연결이 곧 대화는 아니라며 연결을 대화로 전환하려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웨트웨어로서 인간의 역할은 대화일겁니다. p151

몇해 전인가 식당에 갔다. 우리 옆 테이블에 노모를 모시고 온 대 가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이 많은 할머니는 바닥만 보고 있는 손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주들은 각자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각자의 일에 열중하느라 고개 한번 안쳐들었다.
그걸 본 나는 저건 아니잖아 라며 얼굴을 찌푸린 기억이 있다.
기기에 의한 태도의 변화는 몸의 변화로 이어진다. 거북목, 일자목 증후군.
하지만 나 역시 같은 공간에서 면대면이 아닌 기기대기기처럼 대화창을 통해 우리집 남자와 간단한 대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의 세상을 산책하느라 아이들 얼굴을 보지 않을 때도 있다.
블랙미러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연결하는 습관, 잊지 말자는 기억.

인간성은 인간성이 가장 파괴됐을 때 도리어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그때 드러나는 인간성은 물론 종 중심주의의 인간성은 아닐 것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망치의 비유를 떠올려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본래 못을 땅땅 내리치고 물건을 고치거나 부수는 기능적 도구로서의 역할이 망가진 그때, 비로소 퇴은했던 고유하고 독창적인 망치의 존재가 드러난다고요. p199

가짜뉴스 비판이 실종된 기사 질문을 못하는 기자 등 한국언론의 사망선고가 떠올랐다. 의제 설정하고 사회 자정 능력을 가진 언론으로서의 재도약이 가능한 시점은 부서진 망치가 된 지금이 아닐까 떠올리며 읽은 구절.

블랙미러라는 드라마는 책을 통해 알았다.
블랙미러로 철학하기를 읽고 드라마에 흥미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블랙미러를 시청하기 위해 새로 열어야할 플랫폼인 넷플릭스 가입에 대해, 망설여진다.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미디어들을 나의 마음, 나의 눈을 통해 의식적으로 읽어내려갈지, 아니면 휩쓸릴지 아직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응시와 감시.
블랙미러를 사이에 둔 나와 타자와의 관계.
블랙미러를 통해 예견된 미래를 살짝 엿보았으나, 아직 내 동공은 확장과 운동 중이다.

마음, 대화, 하이터치
막연하고 암울한 미래 사회에서 내게 빛으로 다가온 세 단어.
세 개의 단서를 내 삶, 우리의 삶에서 수 놓기를 시작해야겠다.

그거 아세요?
천국은 이 땅 위에 있다는 것을
천국에서는 사랑이 제일이래요.
우리 천국을 이 땅에서 만들어 봐요.
천국은 이 땅 위에 있다는 것을

<천국은 지금 여기에 있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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